[스페셜리포트]우리쌀·우리밀 활용해 '식량 쇼크' 대비해야

입력 2020-04-20 05:00수정 2020-04-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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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밭 (농촌진흥청 )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출 중단을 잇달아 선언하자 곡물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국내 현실이 수면 위로 도드라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급 가능한 쌀 소비량을 늘리고 우리 밀의 자급률 또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매년 줄지만, 쌀 가공식품 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으로 2018년보다 3% 줄었다. 이는 30년 전 소비량(1989년 121.4㎏)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대신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쌀 가공식품 소비량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2013년 52만6140t수준이던 사업체 부문 연간 쌀 소비량은 2018년 75만5664t까지 늘었다. 6년 새 43.6% 증가한 셈이다.

실제로 식품업계에서는 즉석밥, 냉동 볶음밥 등 쌀 가공식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HMR 대표 제품인 햇반을 중심으로 쌀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국산 쌀이 최근 10년간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고, 올해는 국산 쌀 6만t을 구매해 햇반, 비비고 죽, 비비고 냉동 밥, 쌀 고추장 등의 제품 생산에 사용할 계획이다. 종합식품기업 대상 역시 볶음밥, 나물밥, 누룽지 등 냉동밥류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25% 신장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밀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밀 수입량은 230만t이지만, 자급률은 1% 내외다. 밀 자급률이 낮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가격’, ‘품질’, ‘안정적 공급’ 등 3가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산 밀(㎏당 1050원)의 가격은 수입 밀(㎏당 285원)보다 3.7배 비싸다. 또 빵·면·과자 등 밀의 품종을 용도별로 개발하고는 있지만 생산·수확 후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공업체에 균일한 품질의 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 밀은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도 어렵고, 우리 밀을 원료로 이용한 빵의 경우 글루텐 함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볼륨감이 작고 식감과 풍미가 기존 빵과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수입 밀을 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밀 생산·수확 후 정부가 품질 관리에 나서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밀 산업 육성법’을 지난 2월 시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수매한 우리 밀을 밀가루로 가공해 시중에 유통했다. 박태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팀 과장은 “밀 산업 육성법이 시행된 만큼 밀 생산·수확 후 정부가 빵·면·과자 등 용도별 품질기준에 따라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국산 밀의 수요를 확대해 자급률을 높이는 데 고무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밀 자급률을 9.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팀은 국산 밀이 수입 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별화 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박 과장은 “현재 밀 연구팀은 세계최초 알레르기 저감 밀 ‘오프리’, 국내 최초 유색 밀 ‘아리흑’ 등을 개발했다.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 먹는 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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