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세로 돌아섰다. 그 중심에는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클럽'이 있다. 12일 오전 10시까지 파악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101명으로 집계될 만큼 주춤하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잇따라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둔갑한 유사 유흥업소는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노래 나오고 춤추는데 유흥업소가 아니다?…일부에선 홍보에 열 올려
클럽이 문을 닫자 2030은 헌팅포차와 감성주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은 클럽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특정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술을 파는 것은 당연하고 클럽처럼 양주와 테이블을 팔아 매출을 올린다. 이성을 만나는 장소로 인식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클럽에 대한 집합 금지명령을 내려도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로 헌팅포차와 감성주점을 꼽았다.
문제는 이 장소들이 '유흥업소'가 아닌 탓에 행정명령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클럽과 성격이 같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접촉이 있을 가능성도 크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대학생 이현도(가명ㆍ23) 씨는 "포차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단체로 따라부르고, 이성과 합석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가 오간다"며 "이들을 단속하지 않으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사태는 또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각지대는 또 있다. 클럽이나 헌팅포차처럼 춤을 추진 않지만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바(Bar)가 바로 그것.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바는 저녁 시간에 손님 유치를 위해 사탕과 명함을 나눠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홍보에 나선 바는 '미인대회 출신' 여성 직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방문을 독려했다. 클럽에서부터 코로나19가 재차 확산하는 모양새지만 일부 유흥업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015년에 규정 만들어졌지만 지켜지지 않아…5년 뒤 '위험요소'로
사실상 유흥주점이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돈과 영업의 용이성 때문이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보다 세금을 30%가량 더 많이 내야 하고, 담당 지자체에 허가받는 절차도 까다롭다. 일반음식점은 '영업 신고'를 해야 하지만, 유흥주점은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기 떄문. 특히 감성주점은 클럽과 성격이 같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 많아 주택이나 학교가 있는 주거지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흥주점은 일반상업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규정이 생겼다. 식약처는 2015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휴게음식점 영업자와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춤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금지사항을 구체화하면서 이를 어기면 업소 측은 1회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2회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3회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불이익을 받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국에서 수많은 감성주점과 헌팅포차가 일반음식점으로 둔갑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규정에 근거한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영업장이 주말 밤에 영업이 되는 만큼 공무원이 단속할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닌 데다, 현실적으로 단속의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청한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클럽 일부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지 최근에 알게 됐다"라며 "업무 외 시간에 단속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 역시 "막상 단속을 나가보면 춤추는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유사 유흥업소, 7대 방역수칙 준수 명령 내린다"
실태를 파악한 서울시는 이들 업소에 대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는 유사 유흥업소에 7대 방역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유흥업소가 아니라서 집합 금지명령을 내리지 못하지만, 그에 따르는 명령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풍선효과로 클럽에 가는 대신 헌팅포차 등으로 사람이 몰리고, 비말감염이 우려되는 밀접접촉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감염 위험 가능성이 커진다면 언제라도 집합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7대 방역수칙준수 명령)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