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빅데이터가 바꾸는 중국 사회

입력 2020-05-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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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미래 선점 투자로 5G(5세대 이동통신) 및 빅데이터 인프라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 활용은 향후 미래 경제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이미 5년 전에 “앞으로의 시대는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아니라 DT(Data Technology)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빅데이터는 이미 중국인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알리바바가 2016년 상하이 1호 매장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신선유통매장 ‘허마셴셩(盒馬鮮生)’을 가보면 DT 시대가 이미 현실 속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철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야채, 두부, 고기, 계란 등을 당일만 판매하는 ‘데일리프레시(Daily Fresh·일일신선)’ 제품이 이미 보편화되었다.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월화수목금토일을 1~7로 표시해 매일 다양한 신선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별도의 유통기한이 필요 없다. 해당 날짜에 맞춰 필요한 상품을 바구니에 그냥 담으면 된다. “이거 다 못 팔면 어떻게 처리하나요?”라고 관리자에게 질문하니, “고객 평균 데이터가 구축돼 있어 재고는 거의 없다. 평균 저녁 9시 정도면 데일리프레시 제품들은 대부분 판매가 완료된다”라고 대답한다. 바로 허마센셩의 빅데이터 시스템에 의해 구현되는 것이다.

이는 당일 판매가 가능한 양을 빅데이터를 통해 미리 예측 분석해 매장에 진열함으로써 철저한 재고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별 평균 방문 고객 수가 데이터화돼 있고, 그중에서 어떤 고객이 어떤 신선제품을 얼마나 사는지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데이터와 구매 리스트, 구매 시간, 평균 구매액 등의 구매 패턴은 모두 허마센셩의 모바일 앱과 알리페이 정보를 통해 그대로 데이터센터로 보내진다. 그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제품과 맞춤형 물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신선도가 중요한 ‘데일리 우유’의 경우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우유 원산지, 목축 농장의 간략한 소개, 각종 검사 테스트 결과보고서 등의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가품(假品)과 중국산 제품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제품 이력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의 신뢰도를 제고시킨다. 최근에는 독일 맥주 수요가 급증하자 ‘데일리 맥주’도 출시했다. 중국의 대표적 맥주회사인 옌징(燕京)과 협력하여 월화수목금토일 독일식 맥주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맥주를 좋아하는 주요 소비층이 야근이 많은 30·40대 화이트칼라임을 감안하여 퇴근시간에 맞춰 ‘데일리 맥주’를 집으로 배달까지 해준다. 이들이 하루에 몇 병을 마시는지, 무슨 요일에 주로 많이 마시는지를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빅데이터 구축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중심으로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의 경우 웹 및 모바일 검색을 통한 데이터와 바이두 지도를 통한 14억 명 중국인의 이동 동선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고, 텐센트는 10억 명의 위챗페이 사용자 데이터 구축 및 분석, 활용을 통해 새로운 스마트 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중국 빅데이터 산업의 출발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9월 빅데이터 산업발전의 중장기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 발전촉진행동강요’가 발표되면서, 그 목표와 발전방향이 명확히 제시됐다. 빅데이터를 통한 경제성장 방식 및 모델의 전환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모멘텀 구축이 그것이다. 이와 동시에 구이저우성(貴州省) 구이양(貴陽)을 국가급 빅데이터 종합시험구로 선정해 본격적으로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구이저우성을 중국 최고의 빅데이터 산업기지로 변모시켰다. 2015년부터 구이양에서는 열리는 중국 빅데이터 엑스포는 매년 5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 및 1000개가 넘는 빅데이터 첨단상품 및 솔루션이 전시되는 중국 최대의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구이저우성에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국(局)이 하나 있다. 바로 ‘빅데이터 발전관리국’으로 빅데이터 산업 인프라 발전을 전담 관리하는 기구이다. 성(省)이 우리의 ‘도(道)’에 해당되니 비유하면, 경기도에 빅데이터 관리국이 있다는 얘기다. 국 산하에 빅데이터 정책기획과, 데이터 자원관리과, 응용보급과, 산업융합과 등 8개의 과(科)가 있으며, 국장급 공무원 아래 총 60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중국 빅데이터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과 지자체의 인적자원 및 행정우대 정책 그리고 관련 기업의 강렬한 혁신 의지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이다. ‘빅데이터는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석유’라는 말을 한다. 이제 한·중 양국 간 빅데이터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산관학이 모두 힘을 모아 DT 시대를 준비하고, 새로운 한국형 데이터 표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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