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 발행 주관사 선정서 접대 의혹…경찰, 코로나19 둔화에 수사 재개
한국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이 외화 채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을 당시 경찰 수사 인력이 마스크 불법유통 및 독점유통 수사에 집중됐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수출입은행 건을 다시 수사 우선순위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권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수출입은행 일부 임원이 외화 채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로부터 부적절한 접대와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2계 3팀에 배정하고 재수사를 시작했다. 지수대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수출입은행 관련 부서 직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지수대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출입은행 건 수사가 지연된 것이 맞다. 마스크 사건같이 먼저 수사해야 하는 사건들이 생기는 등 변수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직 기소 절차를 진행하는 단계가 아니라 수사 중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출입은행의 산업 지원 관련 업무가 급증하면서 참고인 조사를 일정 기간 미뤄달라는 수출입은행의 요구도 수사가 잠정 중단된 배경의 하나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수출입 금융 지원 및 관리 실태’ 특정감사를 진행한 뒤 수출입은행이 채권 발행 주간사를 선정하는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은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 수사에 착수했고, 작년 말부터 수출입은행 직원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증권사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의 특정감사 감사보고서의 ‘외화표시채권 발행 주간사 선정업무 부당 처리’ 내용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외화표시채권 공모 발행 시 주간사 선정 절차 규정에 따른 주간사 평가를 진행하지 않고 임의로 주간사를 선정한 뒤, 사후에 주간사별 평가표를 작성했다.
채권 발행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은 팀원들에게 임의로 선정된 주간사가 정당한 평가를 거쳐 고득점을 받은 것처럼 평가서류를 작성해 두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주간사 선정 업무를 해당 규정과 다르게 수행한 뒤 행장에게는 과정을 거짓으로 보고하기도 했다.
또한 본부장과 몇몇 직원은 2016년 5월로 예정된 미화 2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앞두고, 선정이 확정된 주간사가 주선한 해외 투자자 설명회를 다녀왔다. 당시 출장에서 해당 주간사는 식대, 교통비 등 특정 비용을 지불했다.
이와 관련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감사원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한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발행 업무 시스템 전반을 개선했다. 현재 준법감시 조직이 주간사 선정 전 과정을 참여하고 점검하고 있다”면서 “올해 초 증권사와 특정 이해관계가 없고 채권조달 업무 전반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신임 단장을 직접 임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