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민들은 ‘가해자 처벌 강화’가 성폭력 방지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신체 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은 여성과 남성이 18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여성가족부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를 통해 지난해 8~11월 국민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1만106명(남성 51.3%, 여성 48.7%)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2007년부터 3년 마다 실시하는 국가 승인통계다. 성폭력 피해 및 대응 실태, 법ㆍ제도에 대한 인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2016년 7200명에서 올해는 1만 명으로 조사대상을 늘렸다. 또 올해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실태에 대해 1개였던 문항을 ‘불법촬영’과 ‘불법촬영물 유포로 인한 피해’를 분리해 조사했다.
◇“처벌 약해서 성폭력 발생 위험 증가했다” = 성폭력 방지를 위해 중요한 정책으로 ‘가해자 처벌 강화’가 1순위로 꼽혔다. ‘신속한 수사와 가해자 검거’, ‘안전한 환경 조성’, ‘가해자 교정치료를 통한 재범 방지 강화’, ‘불법 촬영 및 유포에 한정되어 있는 처벌 대상 범위의 확대’가 뒤를 이었다.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는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추가됐다. ‘지난 1년 전 대비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를 7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위험 정도는 4.7점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발생 위험에 대해 1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미투 운동 등 사회전반의 경각심, 성의식 변화’(41.1%)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32.5%)를 이유로 댔다. 성폭력 발생 위험 정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절반 이상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56.5%) 라고 답했다.
◇여성 신체적 피해 18배…정신적 고통도 3배 =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우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는지 조사 결과, 여성은 24.4%, 남성은 7.1%가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신적 고통 경험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을 나타낸다.
이번에 처음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과 정신적 고통과의 관계를 ‘성폭력 피해유형별’로 살펴봤는데, 여성 응답자 기준 강간 86.8%, 강간미수 71.5%, 불법촬영 60.6%, 폭행과 협박을 수반한 성추행 58.1%, 성희롱 47.0% 등의 순으로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
성폭력 피해 이후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여성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다’(34.4%), ‘가해자와 동일한 성별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28.3%), ‘누군가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27.3%)에서 높은 응답(복수응답)이 나왔다.
평생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지 비율을 분석한 결과도 나왔다.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은 9.6%로, 여성은 18.5%인 반면 남성은 1.2%에 불과로 차이를 보였다.
◇직접적 성폭력은 ‘아는 사람’ 불법촬영 유포는 ‘모르는 사람’ = 성폭력에서 첫 피해 연령은 모든 유형에서 19세 이상 35세 미만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희롱, 성추행(폭행ㆍ협박 수반), 강간은 ‘아는 사람’(친인척 제외)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으며, 불법촬영과 유포는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조사에서 불법촬영 피해는 1개 문항(불법촬영 또는 유포)이었으나, 올해는 불법촬영과 유포를 구분해 조사했다.
처음 불법촬영 피해를 입었던 연령은 19~35세가 64.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19세 미만에 피해를 입은 비율은 13.4%였다. 가해자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7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야외, 거리, 등산로, 산책로, 대중교통 시설 등(65.0%), 인구 밀집 상업지(24.2%), 주택가나 그 인접한 도로(7.5%) 순으로 발생했다.
유포 역시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69.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19세 미만도 21.8%로 나타났다. 불법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한 것이 49.0%로 가장 높았고, 불법촬영물의 유포 협박이 45.6%로 두 번째였다. 카카오톡 등 즉각 쪽지창(인스턴트메신저 55.2%), 트위터ㆍ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38.5%), 블로그(33.1%)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