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에 이어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제약사들이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렘데시비르’를 필두로 치료제 관련 글로벌 임상시험 등록 수가 700건을 돌파해 어떤 약이 구세주가 될지 주목된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임상위원회는 28일 회의를 열고 렘데시비르에 대한 특례수입 및 긴급승인 여부를 검토한다. 중앙임상위 논의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특례수입이나 긴급승인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렘데시비르가 긴급 승인되면 국내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공식 치료제가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1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에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 대한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7일 렘데시비르의 사용을 특례승인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했다. 개발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임상 톱라인 데이터에서도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길리어드는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렘데시비르는 가장 가능성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지만, 코로나19의 종식을 이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치명률 개선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렘데시비르만으로는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치료 전략은 여러 항바이러스물질이나 치료법을 조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렘데시비르 외에 다른 치료제도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734건(25일 기준)에 달한다. 1개월 전보다 300건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제약사 임상시험은 227건(30.9%), 연구자 임상시험은 493건(67.2%)다.
여기에는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등이 포함된다. 알렉시온의 솔리리스는 미국 FDA의 코로나19 치료 프로토콜에 포함됐으며, 로슈의 악템라는 지난달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총 12건이 승인됐다. 이 가운데 5건이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으로,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부광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이 차례로 승인받았다.
가장 먼저 승인된 부광약품의 B염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임상 2상은 고려대 구로병원 등 감염병 전문병원 8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8월 중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임상 결과가 좋으면 식약처 조건부 허가도 기대할 수 있다.
13일 임상 2상이 승인된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치료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4곳에서 6월부터 환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은 아직 시판되지 않은 신약 후보물질로, 회사는 미국 FDA 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은 앞으로 다수 추가될 전망이다. 이뮨메드는 코로나19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HzVSF’에 대해 다음 달 임상 2상을 신청한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는 7월 인체 투여가 목표다. 대웅제약도 다음 달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임상시험 계획을 식약처에 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임상 환자 모집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어 렘데시비르처럼 빠른 속도로 임상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국내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