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이사 “그린워싱 경계해야…‘녹색 요소’에 분류 체계 구축 필요”
“녹색 가면을 쓴 투자는 ‘그린뉴딜’을 망치는 길이다. 자본시장에서 ‘녹색 요소’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때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2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선 녹색금융을 토대로 한 정부와 민간 자본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춘승 상임이사는 국내 사회책임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설립을 주도했으며 현재까지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7년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사회에서 권위 있는 상(GLOBAL AWARDS CorporateLiveWire)을 받았다. 현재 금융투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의제화ㆍ공론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양 이사는 “폐기물 사업장을 경영하고, 대학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공부했지만 모든 고민의 끝은 환경으로 이어졌다”면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 의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이 사회를 바꾸는 역할에 앞장선다면 물적ㆍ인적 자원도 효율적으로 모일 수 있어서다. 이에 양 이사는 “사회책임투자는 지속가능성과 금융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녹색채권이 부상한 배경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산업 안전ㆍ보건 환경에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금융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정된 정부예산에 민간 자본이 들어온다면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인 그린뉴딜로 가기 위해선 민간자본이 함께 들어와 줘야 한다”며 “녹색금융이 자본시장에 정착돼야 경제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그린 워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실제로 ‘녹색’ 요소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하지만, 그는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석탄 화력 비용에 쓰이거나 오히려 더 많은 산업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면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최근 국제사회는 녹색 분류 체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양 이사는 “재생용지 초기 당시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시장에서 주목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결코 ‘녹색’답지 않다. 새로운 종이를 만들기 위해 폐수 처리를 오히려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예시로 들었다.
이어 “유럽에서는 일찍이 녹색 분류 체계 필요성을 느껴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며 “우리나라도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녹색 분류 체계’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힘줬다.
녹색금융을 위한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특정 부처의 소관으로 구분 지어선 안 되며 부처 간 정책 엇박자가 없도록 국무총리실 등 정부 중심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녹색채권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래야 녹색 아젠다에 민간 자본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별 정책 엇박자로 기업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유기적으로 녹색 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올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녹색금융이 안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대안을 마련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