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와 대규모 내부거래 시 공시의무 부과
지주회사(자산총액 5000억 원 이상) 체제의 소유·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내 둘 이상의 자회사가 공동출자로 손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은 자·손자회사 등과 대규모 내부거래(50억 원 이상)를 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이를 공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주회사 체제의 수직적 출자구조 훼손행위를 방지하고 지주회사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 허용 대상이 명확해졌다. 현행 규정은 지주회사 내 자회사와 다른 회사(지주회사 밖 계열사 등) 간 합작회사(손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단 손자회사 설립을 위해서는 둘 이상의 회사가 최다출자자로서 동일한 지분을 출자해야 한다.
하지만 허용 대상에 지주회사 내 계열사를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어 ‘지주회사와 자회사’ 또는 ‘지주회사 내 복수의 자회사’도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여지가 있어왔다.
이에 개정안은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 금지 대상을 지주회사와 자회사 또는 지주회사 내 복수의 자회사로 규정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2011년 이뤄진 CJ그룹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KX홀딩스 간 대한통운 공동출자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당시 지주회사 체제 전환 대기업집단인 CJ그룹은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KX홀딩스를 통해 대한통운에 공동 출자(5대 5)하도록 했다. 대한통운 인수대금 1조9800억 원을 마련하려면 회사 하나로는 한계가 있어서였다. 그 결과 2개의 자회사가 공동으로 대한통운을 손자회사로 두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공동출자 사례가 지속 발생해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인 단순·투명한 소유·지배구조가 훼손돼왔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주회사 체제 건전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개정안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주회사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또 지주회사 체제 전환 대기업집단이 자·손자·증손자회사와 50억 원 이상의 상품ㆍ용역 등의 내부거래를 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2009년 9월 10개→2019년 23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거래 비중(2018년 기준 55.4%) 또한 높게 나타나 이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이러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를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도 숙지 및 이사회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9월 30일까지 이사회 의결 및 공시의무를 면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