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조되고 있지만, 증권사만은 예외다. 리서치 리포트가 공공재로 활용되면서 이를 악용한 업체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리서치 리포트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각사 홈페이지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종전 모습과 다른 양상이다. 저작권을 보호하고 사업성을 키운다는 취지다. 디지털화로 정보 싸움이 치열해진 만큼 자사 리서치 자료를 활용한 차별화한 상품 출시와 사업 진출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리서치 보고서의 유료 판매 업무를 신고한 곳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흥국증권 등이다. 자산운용사(비케이피엘자산운용)와 투자자문사(마이스터투자자문)도 정보 유료화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리서치 정보와 투자전략(증시, 경제전망, 파생, ETF 등)을 제공하고 고객군별ㆍ보고서 유형 등에 따라 차등 수수료를 받겠다는 내용이다.
증권사가 이처럼 칼을 빼든 배경에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수익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유튜버와 유사ㆍ전문투자자들이 포털사이트나 증권사 홈페이지 또는 데이터 제공 업체에서 무료로 리포트를 취득한 후 이를 무단 재가공해 부당 이익을 얻고 있다. ‘오늘의 추천 종목’, ‘종목 상세 정보’, ‘리포트 활용법’ 등으로 재배포하며 유료 구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탐방을 가는 종목 리포트는 실사뿐만 아니라 기업 및 회계 분석, 현장 취재, 외신 번역 등 여러 과정을 거쳐 길게는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며 “자사가 발간한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다루는 업체가 종종 발견되는데 표절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무료 리포트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를 축소하고 감원에 나서면서 2010년 1500명을 웃돌던 애널리스트는 올해 1052명으로 30% 가까이 급감했다. 리포트 발간 건수도 2013년 9만5215개에서 지난해 7만4148개로 줄었다.
리포트 유료화와 동시에 리서치센터를 활용한 상품 출시와 사업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신한 글로벌 리서치랩’, ‘KB 리서치 심포니 EMP랩’, ‘하나 온리원 리서치랩’, ‘메리츠펀드마스터 랩’ 등 리서치센터와 실무부서가 협력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리서치본부 산하에 인덱스 개발팀을 신설해 지수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유사 애널리스트가 증권사 리서치 생산물에 무임승차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서 무책임한 투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하고 유료화를 통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건 우리에게도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