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넘어 점프 코리아] 장벽의 시대, 규제혁파·안전망 앞세워 '첨단산업 세계공장' 도약

입력 2020-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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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에 주목받은 한국의 ‘안전성’을 내세워 외국으로 이전한 국내 공장들을 되돌리는 것에 더해 해외 기업들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재편되는 글로벌 밸류체인… ‘안전성’ 내세워 기업 유치 추진 = 정부가 이렇게 자신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국제 사회의 ‘단절성’이 심화할 전망이다. 이는 곧 자유무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흔들리고, 전 지구적으로 형성된 글로벌 밸류체인(GVC)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1년 전보다 최대 32%까지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중에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움직임과 성과는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전미경제학회(NBER)는 지난달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손실’ 보고서를 통해 올해 1~11월 코로나19에 따른 GDP 누적 손실은 한국식으로 대응할 경우 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식 대응(2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종합하면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돋보인 한국의 강점을 살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유턴과 리쇼어링(reshoring) 관련 정책을 펼쳐왔다. 당시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여러 장려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해 그 이후 지금까지 8년간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은 80곳 정도뿐이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가는 곳은 절반 수준이다

이번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정부는 기존 내용보다 개선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 유턴기업은 수도권 규제 범위 내에서 수도권에 부지를 우선 배정하고,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당 100억 원 한도였던 입지ㆍ시설투자ㆍ이전비용 보조금을 사업장당 비수도권은 2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수도권은 첨단산업이나 연구ㆍ개발(R&D)센터에 한정해 150억 원으로 신설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요건을 없애고 감축량에 비례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이중 해외 사업장 청산 등이 없이 국내 설비를 증설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내용은 기존 제도와 가장 큰 변별점으로 꼽힌다.

◇ “안전성만으론 어렵다…규제 완화 등 실질적 지원이 핵심” = 재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 등 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국의 인건비와 입지 규제 등 부정적 요인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은 법인세를 낮추는 데 더해 심지어 본국으로 돌아올 때 비용을 직접 지원해준다. 그런 면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연과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해인 2017년 이후 리쇼어링 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와 각종 감세정책, 규제개혁 등 정책을 펼쳤다. 일본 정부도 최근 코로나19 대응 관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2200억 엔(원화환산 2조5000억 원) 규모의 탈(脫)중국 리쇼어링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자국으로 옮기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비용의 3분의 2까지 보조하기로 한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기업으로서는 미미한 내용”이라며 “제대로 하려면 개발도상국에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한다든지, 경제자유구역 상의 부동산 비용을 면제,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유치에만 골몰하지 말고,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동언 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전략팀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에 들어온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경영을 지속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핵심은 관련 수요가 유지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유턴 기업들과 동반진출을 하거나, 해외 아웃소싱을 국내로 하는 등의 조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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