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의 공정거래부문장을 맡은 박성범(54) 변호사는 최근 이투데이와의 만남에서 공정거래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3년간 공정거래 분야를 맡아온 ‘베테랑’이다. 박 변호사가 일을 시작하던 1990년대 말만 해도 공정거래는 생소한 분야였으나 지금은 M&A뿐만 아니라 대부분 산업에서 공정거래 이슈가 중요해졌다.
박 변호사의 주요 이력에서 빠지지 않는 사건 중 하나는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기업결합심사 건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업결합 건의 일을 많이 하게 된 계기”이며 “경제분석이 기업결합 업무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사례”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결합 과정에서 경제분석의 중요성이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미국 등에서는 M&A를 할 때 경제분석을 많이 해왔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경제분석은 딜이 가진 소비자의 효율성, 편의성, 경쟁제한성이 어느 정도인지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산업조직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그는 “하이트진로 이후 대부분 케이스에 경제분석을 상당히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때 같이했던 분들은 지금 시장의 ‘키 멤버’가 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의 중요성은 M&A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M&A 과정의 40%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M&A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면서 승인 여부에 따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무산되기도,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는 성공리에 마무리되기도 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승인 여부가 M&A의 성패를 가르고 어떤 조건으로 승인하느냐에 따라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율촌은 공정거래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4월에는 국내 로펌 최초로 공정거래분야 라이브 웨비나를 개최했다. 박 변호사는 “요즘 왜 이렇게 공정거래에 힘쓰냐고 할 정도로 영입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율촌의 간판 영역인 만큼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율촌은 미국 대형 로펌 오멜버니앤마이어스 서울 공동대표를 지낸 김용상 외국변호사를 영입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와 국제 소송 전문가로 꼽힌다. 공정위 출신 강성일 변호사와 한성재 전문위원,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 허윤영 미국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허승진·김소정 변호사, 보건복지부 출신 허나은 변호사 등도 올해 새롭게 합류했다. 박 변호사는 “율촌 공정거래부문은 헬스케어, 방송통신 등 여러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해당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심층적이고도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인적 역량과 사건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하반기 M&A 시장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이 힘든 상황이 연출되면서 핵심 비즈니스를 매각하는 기업과 이에 관심 있게 덤벼드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에 M&A가 활성화되고 기업결합 케이스도 많이 생길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