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여전한 수급 불안에 전세난도 우려
정부가 17일 부동산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21번째 대책으로 역대급 규제책을 담고 있다.
정부는 핀셋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하고 사실상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대출과 기존 주택 처분 및 매입 주택 전입까지 의무화했다.
법인의 부동산 우회 투기 차단에도 나섰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장벽을 높이는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도 강화했다. 이제껏 정부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넘치는 유동성과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수급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무주택 서민들의 자산 증식 기회를 없애고 거주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1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규제 대상 지역 확대와 갭투자 차단, 법인 투기 근절 등으로 요약된다. 서울 중저가주택, 수도권·지방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데다 법인·갭투자 등 투기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정부는 ‘핀셋’ 규제로 풍선효과만 불러왔다는 지적에 따라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경기와 인천 등 접경지를 제외한 수도권 서부 대부분 지역과 대전ㆍ청주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수원ㆍ안양ㆍ구리ㆍ군포ㆍ의왕시, 안산시 단원구, 용인시 수지ㆍ기흥구, 화성시 동탄2신도시, 인천 연수ㆍ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로써 투기과열지구는 48곳, 조정대상지역은 69곳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전국이 규제 사정권 내에 들어온 셈으로 수도권과 지방에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동시에 지정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갭투자 차단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모든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6개월 내에 전입을 해야 한다. 만약 전입을 하지 않을 경우 대출약정 위반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대출을 받은 차주는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보금자리론을 받는 경우 3개월 내 전입해야 하고, 1년 이상 실거주 유지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구입 시 전세대출도 크게 제한된다.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은 바로 회수된다.
또한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개발사업 및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부지와 그 영향권에 속하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등으로 이들 지역 아파트 단지를 구입하면 바로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간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불안이 지속된 이유 중 하나가 갭투자라는 판단에 전방위적인 차단책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갭투자 비중이 1월 48.4%에서 5월 52.4%로 늘었으며 강남은 1월 57.5%에서 5월 무려 72.7%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부동산 법인 등을 통한 우회 투기수요 차단에도 나섰다. 주택 매매·임대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사업자에 대한 주택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법인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율은 대폭 인상키로 한 것이다.
최근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불러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기로 했으며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수십 차례 쏟아낸 대책에도 존재했던 규제 사각지대를 정조준한 만큼 시장에서도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 등은 효과의 지속성 여부를 떠나 가장 빠르게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인을 활용한 투기적 수요 차단을 위해 종부세율 인상 등을 활용한 것도 주효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당장 시의적절한 대책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갭투자 방지책의 경우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갭투자 방지를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의 거래 등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전세 공급이 줄어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또한 전세대출 기준가 한도가 낮아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나 자산 증식의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과도한 수요 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실거주 의무 규제가 임대차시장의 가격 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강화된 규제로 일시적인 효과는 보겠지만 여전히 공급 대책은 없고 수요만 억제하는 대책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