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책임과 홍콩 국가보안법을 두고 거칠게 맞붙었던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하와이에서 비공개로 1박 2일 동안 만났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이후 양측 고위급이 처음으로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정치국원은 전날 저녁 식사를 함께했고 이날 오전 회담을 마쳤다. 중국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회담의 논의 주제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코로나, 홍콩보안법, 대만, 북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회담을 마치고 미 국무부 대변인 모건 오르타구스는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히 상호적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중국에 코로나 관련 투명성과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양측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고 향후 지속해서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니엘 러셀 전 국무부 관리는 “안보와 경제 등 각종 현안에서 미국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의 주요 관심사는 홍콩, 대만 그리고 경제일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홍콩보안법이 사람들의 주장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폼페이오 설득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중국전문가 보니 글래서는 “중국은 미국 대선 후보 두 명 모두 중국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고 싶을 것”이라면서 “신냉전 수준으로 치달으면 회복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도 참가했다. 이에 최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이 양제츠 정치국원과 회담을 진행한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당국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