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트 6·17 부동산 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6·17 대책 발표 이후 비규제지역 집값은 풍선효과로 상승세가 가파르고 갭투자 열기도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당정청이 합심해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등 세제 개편안을 중심으로 한 추가 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여당과 정부는 다른 기관의 입을 빌려 부동산 세율 강화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연구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정책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내정자인 조응천 의원 등 여당 의원 20여명과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토론회에선 부동산 조세제도 개편이 핵심 과제로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부동산 투기현상이 심각한 것은 낮은 보유세와 양도세가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낮은 양도세율과 높은 비과세 혜택도 언급했다. 그는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세대 1주택자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는데 이는 양도차익을 노린 불필요한 주거 이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양도세 부담이 약해 다주택 투기 또는 ‘똘똘한 한 채 투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부 출연 재단법인인 국토연구원은 이달 들어서 해외 부동산정책 보고서를 매주 발행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부동산 규제 강화다. 첫 보고서에선 영국 사례를 들어 “부동산 조세제도를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다주택자에 최대 15%의 부동산등록세를 부과하는데 이는 한국 취득세율보다 매우 높다”고 했다. 22일 펴낸 북유럽 3개국 편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LTV 등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세제 강화는 실행 여부가 아닌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17 대책도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6·17 대책) 발표 내용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다양한 분야의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율 인상안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세법 개정안에 포함해 발표할 전망이다. 추가 세제 강화안 역시 9월쯤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책을 위한 대책’이 이어지면서 규제 효용은 떨어지고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예상되는 추가 규제안으로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3년 거주 강화와 재건축 허용연한 확대(30년→40년) 등도 거론된다”며 “정부는 한계가 드러난 수요 억제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공급 불안 심리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