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주요국 항공산업 지원 현황' 조사…미국ㆍ독일ㆍ프랑스 정부, 항공산업에 과감한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이 과감한 유동성 지원으로 일자리와 기업 생존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의 지원 규모는 이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과거 수요위축 위기마다 빠른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만큼은 조기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올해 세계 항공 여객수요는 전년 대비 최대 7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올해 세계 항공업계의 순손실이 843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지난달 국제선 여객실적이 전년 같은 달보다 98.2% 감소했고, 전체 여객 실적은 80.3% 감소하는 등 시장 위축이 지속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항공산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250억 달러(약 30조4000억 원) 규모의 여객항공사 임금지원프로그램(PSP)을 마련했다. 지원금의 70%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며 나머지 30%는 대출로 지원한다.
대출금의 최대 10%는 주식 형태로 상환의무를 부여했지만, 정부 취득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금지됐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아메리칸, 델타 등 주요 6개사 기준으로 213억 달러(약 25조6000억 원)를 지원받았다. 이는 항공사 자산 대비 약 10% 수준이다. 미국은 여객항공사 지원을 위해 별도의 대출 프로그램(250억 달러 규모)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루프트한자에 총 90억 유로(약 12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루프트한자 자산 규모(427억 유로)의 약 21% 수준이다.
독일 정부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경제안정화기금(WSF)과 산업은행 특별프로그램(KfW)을 통해 루프트한자에 87억 유로를 지원하고, 추가로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3억 유로에 매입했다. 페트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주식 의결권을 일상적 상황에서는 행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는 항공우주산업에 150억 유로(약 20조 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에어프랑스에만 70억 유로(약 9조5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항공기제조업체인 에어버스에 대한 지원도 포함됐다.
그밖에 싱가포르 항공은 130억 유로(약 16조 원)를 지원했으며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정부는 알리탈리아, TAP 항공 국유화를 위해 각각 30억 유로(약 4조 원), 12억 유로(약 1조6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을 지원했고 저비용항공사(LCC)에도 3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항공사 자산대비 지원 비율은 주요국보다 낮은 7.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주요국은 항공산업이 중요 기간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매입기구(SPV)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세제 개편과 시장에 의한 산업 재편을 지원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