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규제대상에서 빠진 경기도 김포와 파주 등의 집값이 급등하자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예고됐다. 6·17 대책이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았음에도 불과 며칠도 안 돼 이들 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부동산시장이 크게 불안해진 데 따른 것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28일 한 방송에서 “다음 달이라도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김포와 파주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부동산보유세 강화 법안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현미 장관이 “김포와 파주를 모니터링 중”이라며, “시장 이상 징후가 나오면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3개월간 집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경우 등이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인데, 6·17대책을 내놓을 때 김포와 파주는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6·17 대책을 비웃듯,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와 파주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집값까지 뛰는 등 오히려 시장이 요동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지난 22일 기준 김포 집값은 일주일 사이 1.88% 올랐다. 직전의 주간 상승률은 0.02%에 그쳤다.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서울 강남권 말고도, 성북·노원·강북·도봉·관악 등 비강남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가격이 신고가를 기록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강남지역 전셋값이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2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서민 주거안정이 위협받는 결과다.
과거 정부 대책이 나오면 잠시나마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도 광범위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 재건축의 실거주 요건와 안전진단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갭투자’ 차단을 위한 전세대출 규제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동원됐다. 하지만 시장은 즉각 거꾸로 반응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두더지잡기식’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정책수단을 소진한 게 아니다”라며, 계속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다.
이제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커녕, 시장의 불안과 혼란만 부추기는 양상이다. 규제의 강도를 높일수록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을 조이고 세제를 강화할수록 수요자들은 내집을 장만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무리를 해서라도 늦기 전에 집을 사려 한다. 시장의 내성(耐性)과 부작용만 키우고, 수요자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아 누르는 곳의 집값이 더 튀어오르는 악순환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