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가 시장 불안 키워…공급 확대 등 정부 기조 변화 필요"
서울 아파트값 급등 등 최근 주택시장 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전문가 대부분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남발을 지목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하반기 역시 부동산 시장을 향해 규제 칼날을 겨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ㆍ전월세상한제ㆍ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과 세금 규제 강화 등 규제 칼날은 더 매서워 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주택시장의 수급(수요와 공급) 불균형이라는 변수를 무시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 무시 '규제만 남발'
이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 29명을 대상으로 벌인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정부 규제(66.7%·복수 응답)가 꼽혔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이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C 학점'(26.7%)을 준 전문가들은 대책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대출 규제'(30%)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30%)을 꼽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평가를 요구한 질문에 D(60~69점)와 E(50~59점),F(40~49점) 학점이 각 20%를 차지했다. B(80~89점) 이상이라고 평가한 전문가는 13.3%에 불과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대출 규제 등 과도한 수요 억제책으로 인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자가 이전의 규제가 전세시장 불안과 청약과열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올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6ㆍ17 대책을 통해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ㆍ대치ㆍ청담동 등 4곳을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실제 개발이 이뤄지는 동네가 아니더라도 개발 부지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실효성 크지 않다"며 "정부는 허가구역 확대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는 사유 재산권 침해는 물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시장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규제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대책으로 보유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50%)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이어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36.7%)도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꼽았다.
세제 개편의 경우 양도세 강화 등으로 인한 조세 반발의 우려도 크나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정책이라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국을 대상으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는 취득세나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무주택 또는 1주택(2년 보유, 3년 거주 실수요자) 갈아타기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면제하는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대차 3법의 경우 전셋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월세상한제를 계약갱신에도 적용한다고 하면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는 증액 제한 폭을 고려해 전・월세가격을 정하려고 할 것이므로 전・월세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에서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장 투명성 제고(전월세신고제), 가격 부담 완화(전월세상한제), 장기 거주 안정성 제고(계약갱신청구제) 등 다소 상이한 정책 목표를 지향하는 임대차 3법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발상도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고강도 추가 대책 또 나온다지만… 시장 안정 위해 기조 변화 절실
올해 상반기 '줍줍'(무순위 청약) 열풍을 일으켰던 청약시장에 대한 규제 대책으로는 조정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규제지역 확대(11.9%), 채권입찰제 도입(9.5%), 1순위 해당지역 거주요건 추가 강화(5%), 전매제한기간 연장(5%) 등의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공급 대책 확대'를 꼽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급 없는 수요 억제 대책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만든다"면서 "서울 주요 지역의 재개발ㆍ재건축 단지 등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대책 발표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나왔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과 논의의 장은 없이 통계적 수치에 따른 대책을 내놓다 보니 규제 체감도만 커질 뿐 실효성은 없다"면서 "대대적인 정책 세미나, 국민 참여 토론 등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민들 대다수가 느끼는 것이 제대로 정책에 녹아들고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가나다 순)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부연구위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병철 부동산114리서치 수석연구원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정명기 GS건설 마케팅팀 팀장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대우건설 연구원)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록희 대림산업 분양마케팅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