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단어만 꺼내도 무차별로 보안법 적용
홍콩보안법 시행 첫날인 1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시민이 집회 불허에도 거리로 몰려나가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37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밤 11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홍콩보안법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홍콩 경찰은 이날 ‘홍콩 독립’ 깃발을 소지한 한 남성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음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체포된 사람 대부분은 불법 집회 혐의가 적용됐지만, 10명은 홍콩보안법에 규정된 ‘분리주의’와 ‘정권 전복 시도’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 10명 중 일부는 ‘홍콩 독립’이나 지난해 대규모 시위 슬로건이었던 ‘광복홍콩 시대혁명’이 새겨진 깃발과 플래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람 중에는 홍콩 독립 깃발을 흔들던 15세 소녀도 있었다. ‘독립’이라는 단어만 꺼내도 엄벌에 처하겠다는 방침을 보인 것이다. 심지어 처음 체포된 사람은 경찰의 소지품 검사 중 배낭에서 깃발이 발견돼 잡혀갔다.
특정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 체포되는 것은 홍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언론 자유가 훼손되고 민주파 정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홍콩 주재 중국 정부 최고 책임자인 뤄후이닝 홍콩 연락판공실 주임은 이날 오전 열린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극소수의 사람에게 보안법은 날카로운 칼날을 갖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에 앞서 중국과 홍콩 당국이 서구권과 국제사회의 비판과 시민의 우려를 의식, 이를 신중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관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 홍콩 관리들은 홍콩보안법이 아주 적은 범죄자 집단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이 정부가 이 법을 확대 적용해 홍콩을 중국의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켰던 자유로운 문화와 시민사회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기념관은 전시물이 압류될 것에 대비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서두르고 있으며 반중국 서적을 다루는 서점들은 고객들이 중국 정부 스파이는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작가들이 현지 언론매체에 삭제를 요청한 기고물은 100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