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회사들은 도시 내 금융과 경제 시스템이 전혀 변한 게 없으니 평소와 같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홍콩이 전 세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거세게 몰아친 데 이어 올해는 미중 갈등의 핵심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하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을 향한 세계 경제의 관심이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이투데이는 갈등이 본격화된 지난달 홍콩투자청의 찰스 응(Charles Ng) 부청장<사진>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 현 상황과 대외적 불안요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최근 자본 유출 발생 없어...주요 은행ㆍ기업들 지지 표현도” = 일련의 사태 속에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경제다.
당장 홍콩에 특별지위를 박탈한 미국이 추후 상황에 따라선 홍콩 주재 은행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할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우려도 나오는 등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역할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 세계의 우려와 관련해 응 부청장은 여전히 자국 경제기반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응 부청장은 “홍콩과 전 세계에서 벌어진 최근의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펀더멘털은 강하다”며 “홍콩의 주식시장은 질서 있게 운영되고 있으며 통화당국은 최근 주요 자본의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반복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홍콩 정부가 페그제 유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페그제(고정환율제)는 홍콩 외환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그간 미국 달러당 7.75~7.85 홍콩 달러로 환율이 고정돼 안정적인 외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환 안정은 곧 외국 자본 유입의 유인책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페그제 유지는 홍콩 입장에선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미국의 제재에 따라 페그제의 존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홍콩 당국은 이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 부청장은 “홍콩 내 주요 은행과 회사들이 홍콩에 긍정적인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며 홍콩이 고립되지 않았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달 초 영국계 금융기관 HSBC는 “홍콩의 회복, 경제 재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법과 규제를 존중한다”고 밝혔고, 스탠더드차터드(SC) 역시 “(홍콩보안법이) 장기적인 경제ㆍ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상 홍콩보안법에 대한 지지의사로, 일각에선 중국의 통제에 이들이 꼬리를 내렸다고 비판했지만 적어도 홍콩 경제환경에서 만큼은 두 거대 은행의 지지가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응 부청장은 이같은 이유들을 토대로 “외국 회사들은 도시 내 금융과 경제 시스템이 전혀 변한 게 없으니 평소와 같이 그들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홍콩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프로젝트, GBA와 BRI = 아시아 대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존재감에 대해 응 부청장은 ‘보통법 체제 하의 건전한 통제’와 ‘자본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꼽았다. 그는 이 두 요소가 국제 금융의 중심이 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관련성도 장점으로 거론했다.
그는 “더욱이 중국 내 완전한 국제도시로서 홍콩이 가진 입지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독자적 우위를 지닌다”며 “중국과의 인접성은 외국 회사들로 하여금 중국에 쉽게 접근하고 주식과 채권, 펀드 등 신사업의 기회를 잡고자 홍콩에 거점을 세우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콩은 GBA(Greater Bay Area)와 BRI(Belt and Road Initiative)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GBA는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 계획으로,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광저우, 주하이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거대 광역 경제권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앞서 2018년 홍콩과 광둥성, 마카오를 연결하는 해상대교와 광저우-홍콩 간 고속철도가 완공되는 등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곳은 핀테크를 비롯한 첨단기술이 집약된 이른바 중국판 실리콘벨리로 알려져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아시아에선 단일 경제권으로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BRI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의미한다.
응 부청장은 “2013년 BRI 프로젝트가 발표된 이후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기 위해 홍콩에 레버리지를 하고 있으며, 동시에 홍콩은 GBA의 계획 하에 해외 기업이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는 데 있어 국제 금융의 허브 역할을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해당 프로젝트는 도시와 국가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홍콩이 바라보는 한국…”핀테크 환경 한국 기업에 매력적일 것” = 지난해 한국은 홍콩의 여섯 번째 무역 파트너였고, 반대로 홍콩은 한국의 다섯 번째 파트너였다.
응 부청장은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766억 홍콩 달러에 달했다. 최근 5년간 평균 5.1% 성장한 수치”라며 “또한 홍콩은 한국과 중국 본토 간 상품 거래에 있어서도 중요한 수출입항”이라고 설명했다.
응 부청장은 국내 기업들의 차세대 투자 유망 분야로 핀테크와 생명공학, 인공지능(AI)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기술과 스마트업이 더해진 스마트시티는 아시아에 거점을 두고 싶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며 “(무역 거래에서 볼 수 있듯) 양국은 서로 그동안 많은 것을 공유해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응 부청장은 “홍콩의 혁신기술 부문은 중국 선전과 함께 지난해 세계혁신지수에서 전 세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며 “지난해 홍콩 내 스타트업 숫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3184곳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는 번성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금융 기술과 생명공학, AI 및 스마트시티는 홍콩 개발을 위한 4가지 강점으로 손꼽힌다”며 “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7년 대비 5년 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도로 발전된 ICT 부문과 꾸준히 성장 중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해진 국제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핀테크 산업은 지난 몇 년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왔다”며 “핀테크 스타트업 수는 2016년 138곳에서 지난해 456곳으로 몇배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홍콩을 대표하는 AI 기반 회사들로 고객 맞춤형 온라인 대출 제안 플랫폼인 ‘WeLab’과 딥러닝 전문 ‘SenseTime’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생명공학 부문 역시 홍콩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홍콩은 이미 ISI의 ESI(Essential Science Indicators, 핵심과학지표)로부터 세계 임상 의학 분야 최고 점수를 받은 의과 대학 두 곳을 보유하고 있다.
응 부청장은 “그간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통해 전 세계에 과학적 기여를 해왔다”며 “2015년 스웨덴 대표 의과대학인 카롤린스카 대학 연구소가 홍콩에 해외 연구소를 설립했고, 2017년엔 광저우 생명 의학 연구소가 홍콩 사이언스 파크 내 줄기세포 및 재생 의학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홍콩은 중국과의 지리ㆍ경제적 연관성을 활용한 수익 창출과 함께 자체 주도적인 산업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응 부청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홍콩 정부는 2017년 12월 홍콩 스마트시티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5개년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는 모빌리티, 리빙, 환경, 시민, 정부, 경제 등 6가지 주요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며 “세계 트렌드를 쫓아가면서 홍콩을 월드클래스 수준의 스마트시티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