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오거돈, 이번엔 박원순…민주당, 잇단 성추문에 당혹

입력 2020-07-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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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이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여권 소속 광역단체장의 연이은 ‘미투(Me too)’ 스캔들이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박 시장이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분류돼 온 만큼 이번 사태의 정치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성추행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인 고소인은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고 9일 새벽까지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2017년부터 비서로 일하면서 박 시장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사진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성 추문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1대 총선 직후인 4월 23일에는 오거돈 전 시장이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했다. 2018년에는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작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민주당은 반복되는 주요 인사들의 성 추문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역단체장이 아닌 인사까지 더하면 민병두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을 비롯해 올해 초에는 총선용 2호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 씨가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폭로로 자격을 내려놓은 일이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 속에서도 성추행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다”며 “태도를 간단하게 정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 역시 “박 시장에게도 민주당에도 중대한 시기에 이런 일이 다시 생기게 돼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 일정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초 이날 오전 당정 회의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세종ㆍ대전ㆍ충북ㆍ충남 예산정책협의회도 미뤘고, 김 원내대표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현장 점검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던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예정했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이었던 박 시장까지 잃게 되면서 여권의 대선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4월에는 오 전 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에 이어 박 시장이 비운 서울까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인 만큼 앞으로 판세와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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