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시행 2주도 안 됐는데…반정부 활동 벌써 잠잠

입력 2020-07-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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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만 국한된다더니…폭넓은 활동 하루아침에 모조리 ‘금지’

▲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시내 한 쇼핑몰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당초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의 대상이 ‘극히 소수의 범죄자’로 국한된다고 했지만, 법안이 시행된 지 2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거리에서 시위의 징후를 아예 없애 버리려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보도했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은 국가분열, 체제 전복, 테러활동, 외부세력과 결탁해 홍콩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4대 범죄를 금하고 있다. 이 법안의 최고 형량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는 종신형이다.

‘시티 온 파이어 : 홍콩을 위한 싸움’의 저자인 홍콩 변호사 안토니 다피란은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즉각적이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현수막을 걸거나, 도서관에서 정치 서적을 빌리는 등 예전 같았으면 완전한 합법이었던 많은 일상적인 활동이 하루아침에 금지됐다”며 “거리의 경관마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수백만 명의 민주화 시위대가 주창했던 단골 구호 ‘광복홍콩 시대혁명’도 이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홍콩인 건국’이라는 구호 역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이었던 1일에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깃발 등을 통해 ‘홍콩 독립’을 주장했던 남녀들이 체포됐다. 티베트와 대만, 신장 위구르의 독립을 주장하는 깃발 역시 금지됐다.

그간 항의운동에 적극 관여해왔던 범민주 진영의 클라우디아 모 홍콩 입법회 의원은 “중국 정부는 아마 홍콩시민들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합법적으로 살아갈지를 배우는 것을 시작하길 원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발상은 섬뜩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은 복종을 반복해서 상기시키는 존재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민주화 시위에서는 홍콩 주민이 경영하는 현지 점포가 노란 리본이나 현수막을 창에 내거는 방식으로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한 레스토랑 주인은 지난해 8월부터 시위를 지지하는 스티커를 가게에 붙여왔지만, 이달 1일 이후 제거했다. 그는 “가게 주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무엇이 법에 저촉되는지를 계속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 천 명의 학생들이 일련의 시위에 참여해 왔지만, 이제 학교에서의 정치 활동은 금지됐다. 여기에는 수업 보이콧, 교외에서 ‘인간의 사슬’로 항의하는 활동,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노래 격인 ‘영광이 다시 오기를(Glory to Hong Kong)’을 부르는 것도 포함된다.

공공도서관에서는 홍콩보안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다수의 정치 서적들이 심사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과 홍콩 입법회 범민주파 진영의 타냐 찬 의원의 책 등이 그 대상이 됐다. 홍콩 전역 공공도서관을 관장하는 정부 기관은 “심사 과정에서 법률 자문은 요구되지만, 이러한 서적은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참조할 수 없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많은 홍콩 시민들이 홍콩 보안법 제정 전후로 며칠 사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조슈아 웡이 속한 정당 데모시스토는 홍콩보안법 시행 직전 해산을 결정했다.

다피란 변호사는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법이 극소수만을 겨냥한 것이라며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까지는 용인됐던 폭넓은 행위를 타깃으로 하는 행동을 취했다”며 “그 결과 불확실성과 공포감이 만연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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