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 다른 신흥시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 랠리를 보였던 중국 증시가 한풀 꺾였다는 관측과 함께 신흥국 시장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강세장에서 재미를 봤던 블랙록이 자금을 신흥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고든 프레이저 블랙록 글로벌 신흥주식 공동 책임자는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멕시코 등에 자금을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프레이저는 “이들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격탄을 맞은 곳이지만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경제 충격을 흡수할 만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자본을 빼는 것과 관련, “중국에 여전히 비중을 두고 있다. 부정적이지 않다”면서 “다만 경제 회복이 기대되는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앞서 블랙록은 중국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는 데 대해 HSBC홀딩스와 입장을 같이 했다. 유럽 최대 은행 HSBC는 최근 중국 증시가 과열됐다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3월 19일 이후 MSCI차이나지수는 40% 이상 올랐다. 중국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진 데다 국영 언론이 앞장서서 증시 랠리를 부추긴 영향이다.
중국 증시가 과열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흥국 증시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레이저는 “신흥국 증시가 여전히 선진국 증시보다 못한 수익률을 내고 있고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역사를 보면 MSCI 신흥시장 지수 실적이 2016년 초 바닥을 친 후 2년 정도 선진국을 앞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흥시장은 세계 경기부양책의 최대 수혜자”라면서 “포트폴리오를 가장 큰 반등이 일어날 주식 매수로 옮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6월 말 현재 7조3000억 달러(약 8700조82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