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산업은 지난 100년 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지난 세기부터 같은 구식의 기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아무도 이 큰 기기에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오래된 회사를 사입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의 임무는 에어컨보다 저렴한 것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0배 더 효과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저희는 독특하고 강력하며 매우 조용한 무언가를 개발했습니다. 저희는 그것을 Polaire라고 불렀습니다." - 유튜브 Polaire 에어컨 광고 문구
송풍기를 에어컨으로 속여 파는 유튜브 허위 과장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몇몇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주문했지만, 아예 물건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의 에어컨은 Polaire, CoolZ, 에어큐브 등 불리는 이름도 제각각인데, 2일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 에어컨 같은 허위 과장 광고가 유튜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에어컨 업계를 박차고 나온 엔지니어가 만든 혁신적 제품?!
광고에 따르면, 이 에어컨은 한국인 엔지니어 '김덕배', '이영구'에 의해 개발되었다. 두 사람은 에어컨 업계에 종사하다 업계의 비리를 알아차린 뒤, 회사를 나와 이 에어컨을 만들었다고 한다. 먼저 '김덕배', '이영구'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제품의 영어 광고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마이클(Michael Lugo)과 로버트(Robert Abbott)로 등장한다.
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한 김재현 씨는 "바람이 매우 약하며 휴대용 선풍기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냉방, 제습 기능을 가진 에어컨이 아닌 것이다. 업계의 비리를 알아챈 뒤 회사를 박차고 나와 만들었다는 광고 내용 역시 거짓이다. 이미 유튜브에서 허위 광고 논란을 빚었던 이른바 '이원배 드론', '울트라 브러쉬'와 광고 내용이 비슷하다. 자막 색깔과 내용도 비슷하다.
◇12만~13만 원에 산 에어컨…실제 가격은 2만 원?!
유튜브와 연결된 사이트에서 이 제품은 약 12만 원에 판매됐다. 가격은 방문한 사이트마다 혹은 사이트 방문 시간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했지만, 보통 12만 원 선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 제품의 가격은 약 2만 원.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같은 제품이 최저가 98위안(약 1만6000원)에서 최고가 178위안(한화 약 3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풍기에 불과한 제품을 약 6배 비싼 가격에 에어컨으로 속여 파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 구매자들이 물건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어컨 구매자 A 씨는 지난달 24일 유튜브 광고를 보고 'CoolZ 에어컨'을 13만350원에 구매했다. A 씨에 따르면 에어컨 판매 업체는 지속해서 허위 송장 번호를 보냈다. A 씨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중국에서 출발했으면, 중국에서 바로 와야 하는데 제품이 어느 날에는 이스라엘로 갔다가 어느 날에는 멕시코에 있었다"고 말했다.
A 씨와 통화한 18일, 업체가 보낸 송장에 따르면 에어컨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송장 번호의 택배는 한국으로 오는 택배가 아닌, 중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배송이 완료된 전혀 다른 택배였다. 유튜브를 보고 광고를 구매한 B 씨의 경우 아예 택배 추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4일에 주문한 B 씨의 택배는 13일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유튜브의 자정 노력 필요"
이투데이는 에어컨을 판매한 업체와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업체 웹사이트는 지속적으로 주소가 변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런데 문제의 에어컨 판매 사이트는 22일 현재도 유튜브에서 계속 검색된다.
문제의 에어컨을 홍보하는 한국어 광고는 볼 수 없지만, 영어 광고는 유튜브에서 여전히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 측은 "신고된 광고에 대해서는 유튜브 팀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전했다. 인터넷 정보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피해자의 호소만으로는 광고를 삭제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광고 심의 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황장선 교수는 "허위 광고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광고를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장기적으로 유튜브에도 좋지 않다. 유튜브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