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외모, 경제력 같은 조건과 상관없이 과연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바로 여기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넷플릭스가 만든 리얼리티 연애 시리즈 '연애실험: 블라인드 러브'(Love is Blind, 2020)다.
미혼 남녀가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팟(Pod)이라는 공간에서 목소리만으로 만난다. 결혼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열흘간 36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대화만으로 서로를 탐색하며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사랑에 빠진 후 해야 할 일은 청혼이다. 마음이 맞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청혼한다. 물론 청혼은 '얼굴을 보지 않는' 팟에서 이뤄진다. 두 사람은 청혼을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만나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약혼한 커플은 멕시코의 그림 같은 섬으로 휴가를 떠난다. 마치 신혼여행 같다.
◇조건 없이 약혼했지만…사랑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
멕시코에서의 휴가가 끝난 뒤, 커플은 같은 아파트에서 살며 진짜 결혼 준비를 하게 된다. 상대방의 얼굴과 나이, 직업 등을 모른 채 약혼까지 했던 남녀가 이제 현실의 벽을 만나는 시간이다. 커플들은 서로의 경제 상황을 공개하고 가족들을 만나며 갈등을 겪는다.
'N포 세대'라 불리는 대한민국 청년들도 사랑 앞에서 현실의 벽을 만난다.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요즘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인생에서 지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7600건으로 197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낮은 교육 수준과 경제 수준은 결혼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현세대 청년 위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졸·고졸 이하의 미혼율은 각각 78.4%, 54.4%로 대졸(46.6%)을 크게 웃돌았다. 직업 역시 결혼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임시·일용직의 미혼율은 60.3%, 실업자의 미혼율은 86.7%에 달했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미혼율 역시 86.7%로 높았다.
◇청년들 "결혼할 생각 없지만 누군가를 만나기도 쉽지 않아"
'연애실험: 블라인드 러브'에서는 사랑의 완성을 결혼으로 그린다. 사실 '사랑의 끝은 결혼'이라는 명제는 이미 젊은 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많은 청년이 결혼 생활과 문화에 부담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20·30대 회원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금전적 문제(25.3%)와 함께 '결혼 생활과 문화에 대한 부담'(20.1%)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 생활과 문화에 대한 부담'(26.1%)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결혼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30대 연인들의 1회 데이트 비용은 2인 기준 평균 6만3495원이다. 매주 2회씩 만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63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0대 임금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남성이 214만 원, 여성이 197만 원이다. 소득의 약 30%를 데이트 비용에 써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심심치 않게 "연애가 부담스럽다",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는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조차 사치이다"라고 말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연애실험: 블라인드 러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 '사랑에 눈이 멀 수 있을까요?'(Is Love Blind?)라는 질문을 던진다. 출연진 중 이 실험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는 이들도 있고, 찾지 못했다 말한 이도 있다. 경제적 요소와 현실이 조건 없는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위를 종종 둘러보면 사랑에 눈먼 이들이 보인다. 아주 가끔이지만, 모든 조건과 상황을 뛰어넘는 불가항력적인 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 완성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조건없는 눈먼 사랑이 가능할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