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조처 어려운데 점검 결과도 '비공개'…"무의미"
여성가족부가 2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그러나 강제성 있는 조처를 할 수 없는데다 여가부가 점검결과를 비공개 하기로 해 요식 행위에 그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서울시, 여가부에 따르면 28~29일 이틀간 여가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 총괄팀장과 법률, 상담, 노무 전문가 등 민·관 전문가 5명이 서울시청에서 성희롱과 성폭력 방지조치 등을 점검한다.
이들은 서울시 고충처리상담 시스템이나 재발방지 대책, 성폭력 예방 교육 실태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조직 내 2차 피해 상황이 있는지도 면담 방식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여가부가 뒤늦게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으나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두고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성 평등 주무부처로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써 입장 표명할 게 없다.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되풀이했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여성계에서도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관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점검에 나선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여가부의 이번 현장점검이 '맹탕 조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점검이 성희롱ㆍ성추행 등 사실 관계나 진상규명을 위한 기초 조사가 아닌 시스템을 점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 대한 면담 규모나 시간 등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여가부는 책임자를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서울시의 성희롱ㆍ성추행 예방시스템에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강제성 있는 조처를 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언론 공표가 가능해 구속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경찰ㆍ검찰 등 수사기관 조사에서 서울시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면 여가부 장관이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가 이번 현장점검에 관한 결과를 당분간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깜깜이 점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 등 실체를 파악하는 일인데 시스템만 점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점검 결과를 비공개로 한다면 시스템 문제마저 제대로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그 사이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자 측은 전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ㆍ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는 "(진정보다 직권조사가) 범위가 넓다고 본다"며 "개선이 필요한 제도 문제 관련 내용까지 같이 조사해달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