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시장 급격 위축, 서민 주거불안 더 심해진다

입력 2020-08-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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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의 전격 도입과 시행이 예고됐던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이 9년 만에 최소를 기록하면서 전세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마저 사라진 ‘거래 절벽’으로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지난 달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은 6304건으로 올해 최다였던 2월(1만3661건)의 46%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가 전세 통계를 제공한 2011년 이후 가장 적다. 반전세·월세를 포함한 거래량도 8344건으로 2월(1만9232건)의 반토막 이하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연립과 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량 또한 5714건으로 2개월 연속 줄면서 5월(8778건)의 3분의 2 이하로 떨어졌다.

정부·여당이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이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이 급감한 때문이다. 임차인에게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묶기로 하자 주택을 임대할 유인이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로또청약’ 대기,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중단,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요건 부과,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 차단 등으로 전세시장이 얼어붙었다.

전세시장 혼란에 따른 불안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필연이다. 한국감정원이 3일 발표한 7월 주택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1.12%, 경기지역은 1.30% 올랐다. 서울은 강남 뿐 아니라 강북지역 모두 큰 폭 상승했다. 당연히 매매시장 또한 달아올랐다. 치솟는 집값으로 ‘패닉 바잉’이 가세하면서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1만5589건으로 2006년 10월(1만9798건)과 11월(1만5757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았다.

주택 임대시장 혼란은 임대인보다 무주택 임차인에게 훨씬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임대차 3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세입자의 현실은 다르다. 당장 전세 살 집을 구하기 어렵고,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세시장 위축과 월세 임대가 가속화하면서, 전세에 묻은 목돈을 기반으로 집을 사는 내집마련의 징검다리가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당장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은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고 집주인과의 분쟁 소지만 늘어난다. 정부·여당이 이런 상황을 부추긴다.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지 뾰족한 대책도 없다. 여당의 어떤 의원은 전세 소멸과 월세 시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우긴다. 정말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어떻게든 내집을 마련하려 애쓰는 서민들의 분노만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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