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대선 압승…30년 장기집권 현실화

입력 2020-08-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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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벨라루스 통치…‘부정 선거’ 반발 시위 곳곳에서 열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79%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었다. 민스크/AP연합뉴스
26년간 장기집권해온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6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수도 민스크에선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열려 경찰과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종료된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서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나머지 4명의 후보를 꺾고 당선이 확실시됐다. 벨라루스는 대선 투표율이 50%를 넘고 한 후보가 그 중 과반이 넘는 표를 받으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자를 결정한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잠정 집계된 투표율은 79%다. 이 중 루카셴코 대통령은 79.7%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야권 연합 후보는 6.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다른 세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0.9~2.3%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가 다른 후보자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5월 말 당국에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선거 과정에서 그녀의 캠프 소속 직원 8명이 당국에 체포되는 등 곤욕을 치렀으며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선거 전 연행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아파트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벨라루스군과 경찰은 선거 후 발생할 시위를 막기 위해 군용 차량과 물대포 등을 민스크 거리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날 밤 수천 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전쟁 박물관 근처에 모여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NYT는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 사용이 막혔으며 민스크 시내에서는 카드 결제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벨라루스 독립 이후 시행된 첫 자유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된 후 지금까지 26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집권 이후 옛 소련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 성장을 이루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개헌을 단행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데 이어 선거 전 야권 후보를 탄압하거나 가두는 등 독재자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대선 승리로 그는 5년을 추가로 집권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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