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벨라루스 통치…‘부정 선거’ 반발 시위 곳곳에서 열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종료된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서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나머지 4명의 후보를 꺾고 당선이 확실시됐다. 벨라루스는 대선 투표율이 50%를 넘고 한 후보가 그 중 과반이 넘는 표를 받으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자를 결정한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잠정 집계된 투표율은 79%다. 이 중 루카셴코 대통령은 79.7%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야권 연합 후보는 6.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다른 세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0.9~2.3%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가 다른 후보자들에게 불리하게 진행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5월 말 당국에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선거 과정에서 그녀의 캠프 소속 직원 8명이 당국에 체포되는 등 곤욕을 치렀으며 티하놉스카야 후보는 선거 전 연행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아파트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벨라루스군과 경찰은 선거 후 발생할 시위를 막기 위해 군용 차량과 물대포 등을 민스크 거리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날 밤 수천 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전쟁 박물관 근처에 모여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NYT는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 사용이 막혔으며 민스크 시내에서는 카드 결제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벨라루스 독립 이후 시행된 첫 자유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된 후 지금까지 26년째 장기집권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집권 이후 옛 소련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 성장을 이루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개헌을 단행해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데 이어 선거 전 야권 후보를 탄압하거나 가두는 등 독재자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대선 승리로 그는 5년을 추가로 집권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