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감사 의견 거절당해…1년 내 약 3069억 원 갚아야
쌍용자동차가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2분기 연속 감사인 의견을 거절당했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새로운 투자자 확보가 시급하지만, 악재가 쌓이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쌍용차가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계속기업으로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인 측은 “보고 기간 종료일 현재 누적 영업손실 2157억 원과 반기 순손실 2023억 원이 발생했다”며 “유동부채도 유동자산보다 4624억 원 더 많아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쌍용차가 비적정 감사의견(한정ㆍ부적정ㆍ의견 거절)을 받은 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2009년 감사보고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쌍용차 측은 “감사인의 지적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향후 감사 때 해당 사항의 해소와 적정의견을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차례 연속 감사 의견이 거절됨에 따라 쌍용차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관리대상 종목은 상장법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사유로 부실이 심화한 종목으로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말한다.
만일, 쌍용차가 재무 개선에 실패해 2년 연속 감사보고서상 감사범위 제한 한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쌍용차의 주식 거래는 이날 오후 3시 19분부터 정지됐고, 19일 오전 9시 거래가 재개된다.
감사인이 의견 거절 사유로 언급한 것처럼 쌍용차의 경영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자는 계속되고, 갚아야 할 돈도 여전하다.
쌍용차는 올해 2분기 11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4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고, 6월 말을 기준으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약 3069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채권은행 중 하나인 KB국민은행이 대출 잔액 약 87억 원을 모두 회수했다. 담보로 잡은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가 매각되며 상환이 이뤄진 것이다.
나머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정부 요청에 따라 모두 대출 만기를 연말로 연장해 줬다. 쌍용차가 갚아야 할 돈은 산업은행 900억 원, 우리은행 150억 원이다.
더 큰 문제는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이다. 쌍용차는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은행에서 약 1789억 원을 빌렸는데, 여기에는 마힌드라가 지분 51%를 초과해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외국계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라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지만, 조건이 붙은 대출금이 신규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완 고엔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쌍용차가 투자자를 찾으면 마힌드라의 지분이 50% 미만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투자자가 확보되면 마힌드라가 소유한 지분을 넘기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중국 지리자동차와 BYD,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비용 절감에 나서는 상황인 만큼 현시점에 쌍용차를 인수할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용차가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 도산 위기를 피할 수 없다. 6월 말을 기준으로 쌍용차에는 489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