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면 '수억 로또'… 무주택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된 강남 청약시장

입력 2020-08-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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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점ㆍ현금 부자들, 올해 강남 로또아파트 1261채 싹쓸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이른바 '로또 단지' 5채 중 한 채는 청약가점이 높은 현금부자에게 돌아갔다. 여럿의 부양가족과 자금력까지 갖춘 무주택자가 시세의 반값 수준인 강남권의 고가 로또 아파트에 당첨돼 최소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됐다.

작은 낡은 주택을 가진 1주택자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고가 아파트 세입자보다 분양시장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은 청약가점제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줄곧 제기돼 왔다. 현 정부가 2017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85㎡ 이하 공급 물량에 100% 가점제를 적용하면서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은 더 거세졌다. 대출까지 꽉 막힌 탓에 '금수저'나 고소득자가 아니면 서울, 특히 강남권 청약시장은 일반인에겐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나온 새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30일 기준 총 6352가구로, 이 중 1680가구가 강남지역에서 분양됐다. 특히 100%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뽑는 전용 85㎡ 이하 물량 가운데 분양가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은 1261채였다. 서울 전체 일반분양 물량의 20%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중도금을 자기 돈으로 완납한다고 해도 시세가 15억 원을 넘으면 잔금 대출을 아예 못받는다. 강남 아파트는 전용 59㎡형도 시세가 15억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웬만한 현금력을 갖추지 않고선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강남 새 아파트 6곳 중 주요 단지 5곳의 평균 당첨 가점은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66점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66점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67점 △르엘 신반포 68점 △대치 푸르지오 써밋 68점으로 집계됐다.

▲최근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조감도. (사진 제공=롯데건설)

청약 가점(만점 84점) 66점을 만들기 위해선 부양가족수를 3명(본인 제외)으로 잡았을 때(20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적어도 12년 이상~13년 미만(14점), 무주택 기간은 32점이어야 한다. 청약 가점제에서 가점이 낮은 30대 당첨자가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청약가점제 강화와 대출 규제로 청약시장 진입이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현금부자들의 강남 로또 독식을 부추기고 있다다"고 말했다. 올해 강남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월 말 기준 59대 1로 전년(46대 1)보다 훨씬 높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5년(20대 1), 2016년(25대 1)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무주택 현금 부자들이 로또 분양 단지를 독식하는 구조로 청약제도가 변질됐다"며 "인구 구조와 출산율 등을 감안해 청약제도와 가점 항목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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