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4월 6조5000억 원 대 회사채 만기 도래로 한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가운데, 이 달 또 다시 6조4000억 원 대의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특히 올 9월은 최근 10년 간 동월 대비 가장 큰 만기 규모로 알려져 다시 유동성 위기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크레딧 업계에서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지원 정책의 영향 등으로 4월보다는 차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덜한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6조462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최대 만기 도래액을 기록한 4월(6조5495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통상적으로 하반기에는 월별 만기 도래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월평균 만기도래 규모 역시 3조7000억 원 수준인 가운데 올 9월은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9월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는 주요 기업들은 △SK건설 1500억 원 △GS글로벌 200억 △KCC 1100억 원 △CJ대한통운 600억 원 △OCI 1500억 원 △한화건설 850억 △두산 500억 원 △포스코건설 600억 원 △에쓰오일 1300억 원 △SK 1500억 원 △삼성SDI 1000억 원 △KT 3000억 원 △한진 400억 원 △CJ ENM 800억 원 △동원엔터프라이즈 500억 원 등이다.
9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들의 대부분은 이미 차환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에쓰오일과 CJ대한통운은 각각 3월과 4월 회사채를 발행해 9월 만기 회사채 상환에 나섰으며, KT도 6월 회사채를 발행했다. SK도 차환을 위한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달 말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9800억 원어치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두산과 동원엔터프라이즈도 9~11일 사이에 회사채 차환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크레딧 업계는 여전히 비우량등급 회사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인해 상반기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확인되는 풍부한 유효수요로 인해 9월 예년 대비 늘어난 만기도래 차환발행 수요에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디. 이어 김 연구원은 “그러나 8월 금통위를 통한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중금리의 상승세가 가파르고 분기말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관 집행 자금 여력 축소, 연말효과를 감안한 눈치보기 장세가 예상됨에 따른 시기적 약세 요인이 회사채 발행시장의 추가 강세를 제약하는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회사채 만기규모가 전월 대비 증가함에 따라 차환 부담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회사채 추가 강세는 둔화될 것”이라며 “다만 AA급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우호적 투자수요 감안시, AA급 위주 순발행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