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서버 증설 나섰지만 불안감 고조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 모(33)씨는 현재 사용 중인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정리하고 추석 전까지 타사 증권계좌로 옮길 계획이다. 출근 후 틈틈이 MTS(모바일트레이닝시스템)으로 계좌를 확인하는데,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 청약 당시 서버가 폭발하면서 시장변동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에서다. 내달 빅히트엔터 청약을 앞두고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감에 타 증권사로 주식계좌 이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IPO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MTS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MTS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달 1~2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당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시스템 과부하로 오류가 발생해 아예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청약 첫날 접속지연 문제가 발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청약 양일에 걸쳐 접속오류 문제가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대비해 한 차례 서버 증설을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빅히트엔터 청약에도 비슷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서버 증설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빅히트엔터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도 주요 전산서버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의 MTS 서비스 오류는 올해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더욱 잦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비대면 계좌개설 등 모바일 고객유치에는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스템 오류가 자주 발생하면서 서버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MTS 서비스 오류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게 피해금액을 보상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MTS 오류 문제를 두고 증권사 대상 소송 제기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실제 집단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 중심으로 증권사 대상 소송 이야기가 나왔지만, 피해금액을 산정하는 것부터 오랜 시간이 걸려 개인투자자가 진행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 증권사는 자체 보상기준에 따라 보상위원회 개최하고 보상절차를 진행한다”며 “홈페이지로 민원을 제기하면, 소비자보호부에서 접수해 검토한 후 절차대로 보상하는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측도 이번 MTS 오류로 접수된 민원에 대해 내용을 확인하고, 배상금 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서버증설 비용에 투자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며 “이미 증권사 간 계좌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다른 MTS로 계좌를 옮기는 게 투자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