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노조 형태, 금속노조 산하 산별노조로 전환 추진…조합원 과반 출석ㆍ66.7% 동의 필요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9~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 투표를 진행한다. 가입이 성사되면 사 측을 상대로 한 투쟁 강도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조 집행부는 조직 형태를 민주노총 산하의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한다. 지금의 기업노조 형태에서 벗어나 조합원 약 18만 명이 소속된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는 시도다.
집행부는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사 측에 대항할 힘을 갖추기 위해 민주노총 가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르노삼성차는 연속된 흑자에도 임금을 동결했고, 인원 감축으로 노동 강도를 강화해 왔다”며 “교섭도 게을리하며 조합원을 지치게 하고 노조를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노조로 투쟁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더 큰 연대와 조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투표를 앞두고 집행부는 연일 민주노총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홍보물을 내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서신을 통해 “하루아침에 르노삼성차 노조의 힘이 18만8000명으로 늘어난다고 상상해 보라”며 “금속노조와 함께 미래와 희망을 쟁취할 것인지, 자본이 강요하는 불안 속에서 살아갈지 결심해야 한다”고 조합원을 설득했다.
민주노총 가입이 성사되려면 전체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해 3분의 2(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표 대상자는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 2000여 명이다. 현재 르노삼성차에는 기업노조 이외에도 △금속노조 지회 △새미래 노조 △영업서비스 노조 △사원대표협의회 등 다양한 조직이 있다. 가입 안건이 가결되면 이미 존재하는 금속노조 지회와 기업노조가 통합하는 형태가 될 예정이다.
투표 결과를 놓고는 예상이 엇갈린다. 노조 집행부는 가결을 전망한다. 집행부와 뜻을 달리하는 조합원들이 새미래 노조를 결성하며 기업노조에서 탈퇴해버렸고, 남은 조합원 다수가 투쟁력을 키우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르노삼성차 노조의 투쟁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금속노조 산하에 있는 3개 완성차(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지엠) 노조와 현안마다 행동을 함께할 수 있어서다.
3사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에 공통으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을 넣었고, 지부장 회동을 하는 등 교섭 과정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르노삼성차 노조 역시 임금교섭이나 노동강도, 인력감축 등의 사안마다 산별노조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투쟁 동력 강화가 물량 배정을 결정하는 르노 그룹 본사의 판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르노삼성차는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끝나며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르노삼성차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급감했다. 르노 본사는 로그 위탁 생산 계약이 끝나기 전 소형 SUV XM3의 유럽 물량 등 후속 물량을 배정하려 했지만, 지난해 초 노사갈등이 심해지자 이를 보류했다.
올해 1월 부산공장을 방문한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 총괄 부회장도 노사 문제에 관해 그룹에서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며 잘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조합원 66.7%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현 집행부가 지난해 12월 전면파업을 결의할 때 찬성률이 66% 수준이었고, 이후에도 60%가량은 집행부 지침과 달리 파업에 불참한 사례가 있어서다.
또한, 노조 집행부는 올해 3월에도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지만, 대의원과 조합원의 반대에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