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원래는 자민당 전 간사장이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가 ‘포스트 아베’로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여론조사를 하면 항상 이시바는 30% 이상의 지지율이 있었지만, 스가는 높아 봐야 15% 정도의 지지율이었다. 그런데 스가, 이시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등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율은 최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가 이시바를 역전해 지지율이 38%까지 올라갔다. 반대로 이시바는 지지율이 25%로 떨어졌고 기시다는 5%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다. 최근의 스가를 둘러싼 자민당 파벌들의 움직임 영향을 여론도 반영한 것이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9월 14일 실시된다. 이번엔 자민당 국회의원 표 394표와 자민당 지방당 47군데가 3표씩 행사하는 141표, 합계 535표로 약식 총재선거로 실시된다. 그런데 국회의원 표 중 스가에 투표하겠다는 자민당 의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 98명, 아소파 54명, 다케시타파 54명, 니카이파 47명, 이시하라파 11명, 그리고 스가계 의원 약 50명 등 3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스가에 투표하겠다고 나섰다. 이 인원수는 자민당의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한 자민당 국회의원 수 전체의 약 75%가 된다.
그리고 지방표 141표 중 적어도 3분의 1 이상이 스가에 투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50표 이상이 국회의원표에 더해져서 합계 약 350표가 스가의 득표가 된다. 이것은 전체 535표의 약 65%가 되므로 스가가 차기 자민당 총재가 되는 것은 이변이 없는 한 확실하다.
일본 총리는 직선제로 뽑는 것이 아니므로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9월 17일 실시되는 국회에서의 총리 지명선거 때 다른 정당들이 투표에 참여하지만 현재 자민당이 여당으로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가가 총리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국회의원들의 투표만으로 총리가 결정되니 민의가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내각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보통 총재선거를 할 때는 당원표라는 게 있는데 이에는 국회의원 수와 같은 수의 표가 배분된다. 원래 이번 자민당의 당원 표는 국회의원 표와 똑같은 394표였다. 그러므로 국회의원 표와 합해서 총 788표가 원래의 총재선거 때의 투표수였다.
그러면 이번엔 ‘왜 자민당 총재선거를 약식으로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민의를 조금이라도 반영하려면 적어도 당원 표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엔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긴급사태 속에서 총재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약식 총재 선거가 가능하다고 당칙에 나와 있다는 것이 선거 책임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9월 1일 자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약식 총재선거가 결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145명에 달하는 자민당 국회의원들이 당원 표를 포함시키는 총재 선거방법을 주장했지만 결국 약식으로 정해졌다.
그 대신 조금이라도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지방당에서 우선 당원들의 예비선거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각 지방당의 3표에 반영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엔 당원 표가 141표로 적어서 민의가 반영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렇게 선출된 총재, 총리는 정통성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자민당은 과거에도 몇 차례 긴급사태 시에 약식으로 총재를 뽑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정권의 정통성 문제가 야기되었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새 내각은 얼마 되지 않아 총사퇴하여 국회를 해산시켜 중의원(하원) 선거를 실시한 경우가 많았다. 중의원 선거로 자민당이 이기면 정권이 정통성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9월 2일 열린 스가 관방장관의 총재선거 출마 기자회견 시에도 국회 해산과 중의원 선거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했다. 이에 스가는 우선 코로나가 종식해야 하고 그 후에 상황을 보고 국회를 해산해서 중의원선거에 돌입할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의원선거를 할 때는 자민당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자신들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실천에 옮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재임 기간 중 여섯 번의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승리할 수 있는지 먼저 자체 여론조사를 하여 선거 시기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가 총리 체제가 되면 한일관계는 개선될 것인가.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고 말하고 있어 당장 한일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스가는 실무형, 관리형의 총리가 될 것이므로 중단된 한국과의 대화는 시작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