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두산건설의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인 대우산업개발과 두 달 가까이 협상을 벌이다 결국 협상이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두산중공업이 차순위 인수희망자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렇다 할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6월 두산그룹이 회사를 분할해 악성 미분양 단지 등을 포함한 부실 자산을 떼어내기로 하자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고, 7월 초 대우산업개발에 배타적 협상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협상 기간 동안 매도자와 인수후보자 간의 ‘가격 눈높이’는 좁혀지지 못했다. 두산그룹은 매각가로 3000억 원가량을 희망했지만, 대우산업개발은 2000억 원대를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 가치는 1조686억 원이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두산건설 지분의 장부가치와 매각가치가 이미 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매각가를 높게 받아야 처분손실 규모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금력 있는 새 인수 후보를 물색하기엔 실적과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산건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73% 늘어난 8727억 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5억 원으로 70.25% 줄었다. 상반기 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2억 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 총계는 1조6132억 원에 달한다.
최근 신용등급 하락세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두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은 ‘BB-’를 유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이미 회사의 낮은 신용도는 두산건설 회사 매각과 별개로 진행 중인 서울 논현동 사옥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운용 등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매각자 측은 6월 말 블루코브자산운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최근 선순위 대주단 모집에 실패하면서 결국 딜이 성사되지 못했다.
두산건설 사옥의 매각이 차질이 생기면 회사의 재무상황은 더 큰 부담을 갖게 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우협이 투자자 모집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임차인(두산건설)의 신용도가 낮아 선순위 대주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우량 매물이 임차인 신용도 때문에 딜이 깨지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