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자격시험 합격자, 연간 200명 이상으로 확대
그동안 대형 감정평가법인에 주어졌던 부동산 공시지가 조사 물량 배정 혜택이 내년부터 폐지된다. 대형 법인 중심으로 운영돼 온 감정평가 시장구조를 개선해 중소 법인과 개인사무소의 참여 장벽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감정평가사 자격시험 합격자는 연간 200명 이상으로 늘린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 시장기반 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행 혜택으로 지난해까지 50%, 올해는 30%의 공시지가 조사 대상 물량이 소속평가사 수 40명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법인에 우선 배정됐다. 내년부터는 공시지가 물량배정 혜택을 폐지해 대중소형 법인과 개인사무소 간 공정 경쟁을 유도할 예정이다.
소규모 업체는 충족하기 어려웠던 공시 참여 요건도 개선한다. 기존 소속평가사 수 20인 이상 기준을 폐지하고 △법인 내 심사부서 운영과 감사보고서 제출 등 요건은 각각 △협회 등 심사와 국세청 표준재무제표도 인정키로 했다.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의뢰인에 감정평가사를 추천할 때 법인 규모를 고려하던 기준은 업무 실적과 손해배상능력 중심으로 변경한다. 그동안 100억 원 이상 물건은 개인사무소 수주를 제한하고, 800억 원 이상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사 추천 시에는 대형 감정평가법인을 필수적으로 포함시켰다. 변경안은 이 같은 규모 기준을 삭제하고 손해배상능력을 갖출 경우 추천키로 했다.
감정평가사의 독립적 지위를 명문화하면서 의뢰인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방지 대책도 마련한다. 수수료 지급 후 평가서를 발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립해 사후 수수료 미지급 관행을 근절할 방침이다. 의뢰 철회 시에도 사실상 감정평가가 이뤄진 경우에는 적정 수수료가 지급되도록 수수료 기준을 개정키로 했다.
감정평가사 업무는 확대해 부동산투자회사의 자산가치에 대한 재감정, 감정평가 관련 행정심판 청구대리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전문성을 갖춘 감정평가법인이 공공사업에 대한 보상 업무에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올해 연구용역을 통해 방안을 구체화하고, 내년 토지보상법령 개정 추진할 계획이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감정평가서 법정 양식은 폐지해 감정평가 내용에 대한 서비스 경쟁을 촉진한다. 감정평가사만 감정평가법인의 이사‧사원이 되도록 한 규제도 개선한다. 일정 부분은 감정평가사가 아닌 경우를 허용함으로써 감정평가법인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동산업으로 분류돼 청년 인재 고용보조 등 중소기업 인력 지원에서 배제돼 왔던 차별도 개선할 계획이다.
감정평가사 자격시험 합격자 수는 연간 150~18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미성년자에게도 자격 취득을 위한 시험 응시를 허용한다. 감정평가사 자격 취득은 미성년자에게 허용하되, 업무 개시 등록은 성년 이후에 허용키로 했다. 부동산 외 분야에 대한 감정평가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계‧기구류, 산업재산권 등 평가 대상별 ‘전문분야 등록제’도 도입해 나갈 방침이다.
부실 우려가 있는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 심의는 국토부 소속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해당 심의는 그동안 한국감정원이 수행해왔다. 기존 6~7개월로 장기화된 조사 기간은 2개월 이내로 단축해 시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운영됐던 감정평가 표본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불법‧부실 우려가 높은 분야는 우선추출 방식의 조사를 실시한다. 올해 2000건에 대해 우선추출 방식 적용하고 내년에는 5000건으로 확대한다.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감정평가 기준 등 제도를 보완해 부실 가능성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감정평가사의 업무 정지를 포함한 징계 이력도 공개한다. 징계와 자격‧등록 취소를 연계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자정작용 강화를 위해서는 발급된 감정평가서의 적정성을 다른 감정평가사가 검토할 수 있도록 감정평가서 검토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감정평가정보체계를 활용한 부동산 가격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감정평가서의 전자 형태 발급도 허용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감정평가 역량제고를 위한 조치다.
이번 방안 중 감정평가법 개정사항은 10월까지 입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 등 개정사항은 내년 3월까지 개정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세정보서비스가 다양화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롭테크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감정평가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낡은 시장 구조와 규제를 개선하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