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품귀에 '막차 수요' 더해져 전셋값↑…2기 신도시는 수요 빠지며 경쟁력↓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에 총 6만호의 사전청약 물량을 풀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려 당장 현실화된 전세 품귀에 외지인 ‘막차 수요’까지 더해져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규제로 묶인 와중에 3기 신도시에 밀려 경쟁력이 한층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오르면서 6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3기 신도시가 자리한 경기도는 0.21%의 변동률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인천도 0.14% 올랐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과 거주 요건 강화가 맞물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층이 장기간 임대인으로 눌러앉고, 청약을 노린 외지인 투자까지 더해지면 전셋값 상승세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전청약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러지려면 최소 4~5년이 걸려 현재의 전세 품귀를 안정화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사전청약이 예고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가 속한 지역은 최근 가파른 전셋값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3기 신도시 중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경기도 하남시의 경우 학암동 ‘위례롯데캐슬’ 전용면적 84㎡형 전셋값이 최근 한 달 새 5~6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뛰었다. 이 기간 경기도 남양주시도 다산동 ‘다산 e편한세상 자이’ 전용 84㎡형이 4억 원대에서 처음 5억 원대로 진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물건은 없는데 사전청약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요가 몰리니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외지인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전청약 당첨을 위한 막차 수요가 움직이면 인근 지역의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을 사전예약제로 공급한 2009년부터 서울과 경기의 전셋값은 폭등한 바 있다. 사전예약제가 폐지된 2011년 당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3.4%, 경기는 16.5% 치솟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은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면서 “그때까지 이들은 어딘가에서 임차인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세시장의 매물 감소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세난 가중과 함께 제기되는 문제로는 2기 신도시가 꼽힌다.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1순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 양주시 옥정신도시에서 분양한 ‘노블랜드 에듀포레’의 경우 1순위 청약 1042가구 모집에 354가구가 접수하는 데 그쳤다. 양주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6월 339가구에서 7월 530가구로 급증한 바 있다. 2기 신도시가 규제로 묶인 와중에 서울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가 더 좋은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여파로 수요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기 신도시 중에서 교통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곳들은 경쟁력이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