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성 확인되면 국내 이용자 접속차단·국제공조 협조 요청 계획
성범죄·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해오다 최근 무고한 사람을 성 착취범으로 몰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디지털교도소'가 돌연 운영 재개를 선언했다.
11일 기존에 접속할 수 없었던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운영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입장문이 올라왔다.
자신을 '디지털교도소를 이어받게 된 2대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은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됐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디지털교도소 운영이 극히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 2대 운영자'는 "1기 운영자는 미국 HSI(국토안보수사국)의 수사협조 소식을 들은 후 8월부터 이런 사태에 대비했고, 여러 조력자들에게 서버 접속 계정과 도메인 관리 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자신이) 고심 끝에 사이트 운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교도소가 현재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며 사이트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 공개를 할 것을 약속한다"며 "지금까지 업로드된 게시글 중 조금이라도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차 없이 삭제했고, 일부 게시글은 증거 보완 후 재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7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및 조력자 검거를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이 사이트 운영진 일부를 특정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검거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0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관련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사이트에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보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심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로 인한 인격권 침해 등에 대해 피해 우려가 있지만, 사이트 전체 차단을 결정하려면 불법 게시물의 비중, 관계 법령 적용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논의했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향후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 시 신속한 심의를 통해 불법성이 있다고 심의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 접속차단 외에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하여 국제공조도 협조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