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마지막 제안 '영등포 개발'…국토부 시범사업도 연내 착수 목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준공업지역 개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준공업지역이 몰린 서남권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준공업지역 일대 공공재개발 검토 나서
개발업계에 따르면 LH는 이달 초 영등포구 준공업지역과 경인로 일대를 공공재개발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LH 주도로 노후 준공업지역을 정비하고, 이 가운데 일부에 주택 등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영등포구는 서울에서 준공업 지역이 가장 넓은 자치구다. 구 면적의 20%(50만㎡)가 준공업지역이다. 특히 경인로 북측 문래동 준공업지역엔 소규모 경공업 업체가 밀집해 있다.
영등포 준공업지역 공공재개발은 박원순 전(前) 서울시장이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변창흠 LH 사장이 박 전 시장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랐다. LH 관계자는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을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업계에선 LH가 영등포 준공업지역을 공공재개발한다면 서울시 공조를 끌어낼 수 있는 만큼 사업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H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서울 준공업지역은 영등포 일대 뿐만이 아니다. LH는 이달 금천구 가산동과 영등포구 대림동을 대상으로 '서울 준공업지역 내 신사업 후보지 발굴 및 개발 기본구상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서울 시내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준공업지역 복합개발과 국ㆍ공유지 활용 방안을 찾아보자는 게 용역 목적이다.
◇교통 편리하고 용적률 등 규제 느슨
LH는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 산업단지 재생사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준공업지역 토지를 매입해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사 측은 "이 지역은 오랫동안 공장지대로 개발돼서 다른 지역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용역을 통해 개발 가능성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H가 준공업지역 개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정부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하는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준공업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주거ㆍ산업 기능을 함께 갖춘 앵커(핵심)시설을 공급하고 용도ㆍ넓이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공장이 앵커시설로 옮겨간 유휴 부지엔 주택 등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현재 서울시에선 1998만㎡가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인로와 경부선을 따라 영등포구와 구로구, 금천구 등 서울 서남부에 집중돼 있다.
주택시장에선 준공업지역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개발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산업화 시대 도심 가까이 지어진 준공업지역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 많고 용적률ㆍ건폐율 규제도 주거지역보다 느슨하기 때문이다.
◇공장 이전 시범사업지 선정이 관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올해 안에 준공업지역 내 공장 이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순환정비사업 시범사업지를 선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건은 선정 기준이다. 국토부는 연면적 3000㎡가 넘는 대규모 공장 이전 부지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하려 한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1만 ㎡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공장 이전 지역으로 인정받으려면 2008년 7월 이전에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 일각에선 국토부 등이 특혜 논란을 피하고자 시범사업 기준을 높여 잡는다고 본다.
개발이 추진되더라도 실제 착공까지 이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LH는 과거에도 구로 일대 개발을 추진했으나 복잡한 토지 권리관계, 경제성 부족 등으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측은 이번에 개발을 검토하는 준공업지역의 경우 국토부 시범사업과는 별도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철 도시계획ㆍ부동산학부는 "노후 공장에 대한 재생 필요성 측면에서 준공업지역 정비가 추진돼야 한다"며 "도시 자족기능 유지와 일자리 유지를 위해 준공업지역 내에서 어디를 개발하고 어디를 유지할지 잘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