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많은 이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면서 이런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달래고자 '인센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센스는 불에 태워서 향을 내는 '향'(香)을 말한다. 향을 피우면 달콤하고 이국적인 향기와 함께 신비로운 연기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전통적으로 향은 심신 안정을 위해 사찰이나 사원에서 널리 사용됐다. 스틱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고, 최근에는 콘 형태와 모기향 형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센스 관련 프로젝트를 모아봤다.
'나그참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센스 브랜드 중 하나이다. 1964년 인도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는 방탄소년단(BTS) RM, 이효리가 즐겨 쓰는 향으로 알려져 있다. 나그참파는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와디즈에서 첫 번째 펀딩으로 목표 금액의 9626%(4813만3900원)를 달성했고, 올해 8월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목표 금액의 28769%를 달성해 1억4384만9500원을 모았다.
나그참파 코리아 이택희 대표는 해외출장 중 우연히 만난 나그참파의 향에 반해 제품을 한국에 들여왔다. 인도 나그참파 본사를 직접 찾아가 3년여간 설득한 끝에 인도 본사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그니처 향은 인도의 참파꽃에 백단향 오일과 허브를 혼합한 ‘나그참파’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이집션 머스크', '미드나이트', '레인 포레스트' 등 숙면에 도움을 주는 8가지 제품을 판매했다.
인센스를 담는 홀더 역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내에서 인센스를 사용할 경우 재가 바람에 날리는 경우가 많아 보통 홀더를 함께 사용한다. 와디즈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센스 홀더는 니나히의 '인센스 튜브'다. 지난해 10월 첫 번째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436%(873만7000원)를 달성했고, 현재 진행 중인 펀딩에서는 1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목표금액의 529%를 달성해 1589만7000원을 모았다.
니나히 홍순철 대표는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재 날림, 끄는데 힘든 점, 호환성 등등의 문제점을 한 제품 내에서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아름다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상부에 유리 공을 얹은 '인센스 튜브 크리스탈'은 향을 태우며 온도 차로 인해 생긴 물방울이 유리 공이 막은 연기와 만나 그을음을 흡수하도록 했다. 홍 대표는 "제품이 오랜 기간 사랑받으려면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쓰기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텀블벅에서는 한라산의 모양을 닮은 '한라산 인센스 홀더'가 눈에 띈다. 펀딩 마감까지 18일을 남겨둔 14일 오전 10시 현재 목표 금액의 1144%를 달성해 1144만8000원을 모았다. 한라산 인센스 홀더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크라우드 펀딩 지원 사업을 통해 기획됐다. 한라산의 거칠고 불규칙한 모습을 다각형으로 패턴화해 형상화했다. 다양한 선을 품은 산을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다.
모양뿐 아니라 소재에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제품을 제작한 던 스튜디오(Dawn studio)의 강성욱 디자이너는 "산의 웅장함과 산이 햇빛을 받을 때 생기는 빛의 대비를 소재의 차가움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반 모르타르보다 6배 단단한 고유동 슈퍼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원하는 느낌의 소재를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필요했다. 강성욱 디자이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태풍 등으로 여행을 가기 어려운 요즘, 간접적으로라도 제주도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고 전했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2009년 이스라엘의 예슈런(Yeshurun) 박사 연구에 따르면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기억은 단기 기억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후각을 통한 기억은 장기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 자극 역시 다른 감각보다 후각이 더 강하게 일깨운다. 감각을 깨우는 인센스 향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