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명퇴 갑론을박] “인력적체 문제 심각” vs “수억 퇴직금, 국민 반감”

입력 2020-09-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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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10년간 명퇴자 '0명'…전문가 "금융공기업 직원 혜택 많아…제도 개선 신중해야"

‘노동력 저하시키는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퇴직을 활성화하라.’

최근 국책은행에서 일반 직장인들과 상반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책은행 명예퇴직 제도는 실효성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국책은행의 명퇴금은 임피제 5년 동안 받는 급여 절반의 45% 정도다. 30개월 치 월급을 한꺼번에 받는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명퇴금이 너무 적어 임피제 적용을 받고 눌러앉는다는 의미다. 이는 곧 올해 들어 봇물 터지듯 늘어난 ‘임피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국책은행 노조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명퇴제 개편에 관한 기획재정부 결정 시점이다. 명퇴제 개편의 핵심은 임피제 적용 직원들의 임금을 높이고, 퇴직금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조정해 명퇴제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만일 기재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국회 예산심의 이전에 명퇴제 관련 예산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국책은행 노조는 기재부가 명퇴제 현실화와 관련된 비용을 예산안에 담아 국회에 넘길 경우, 앞으로 임피제 무효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국책은행 시니어노조 위원장은 “기재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넘기는 10월까지 추이를 보고 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가 10월에 넘어온 예산안을 심의해 12월에 최종 의결해야 내년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피제 소송, 금융권 전반 확산 = 앞서 ‘임금피크제 무효 및 임금 삭감분 반환 청구’ 소송은 국책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미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 외에 IBK기업은행과 국민은행, 씨티은행, 서울보증보험,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시중은행과 공공기관까지 일제히 임피제 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임피제 무효 소송이 확산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내린 판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김모 씨가 경북 문경시 지방 공기업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사측이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피제를 도입했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임피제와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면 개별적 동의 없이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해당 판결은 임피제가 개별 직원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판례”라며 “이 판례가 많은 금융권 조합원들이 소송에 참여하게 만들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만큼 올해 말로 예정된 1심 판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피 직원 급증…국민 눈높이 ‘부담’ = 현재 임피제 적용을 받는 국책은행원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5년 처음 도입된 이후 국책은행 임피제 적용 직원은 2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까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임피제 적용 직원 비중은 16.9%, 11.1%, 6.7%에 달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직원 10명 중 1명은 임피제 적용을 받는 직원이다.

가장 큰 문제가 인력 적체다. 조직이 원만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력이 순환돼야 한다. 그러나 명퇴제가 유명무실한 수준에 그쳐 명퇴 신청자가 없다 보니 신입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고령 직원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2014년, 2016년에 나온 명퇴 신청자를 끝으로 추가적 명퇴자가 나오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을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명퇴자가 없었다. 임피제 적용을 받는 인력들이 정년을 끝까지 채우고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명퇴제 퇴직금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조정해 신청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퇴직금 현실화에 대한 여론이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인 만큼 억대 퇴직금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이 다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민간기업보다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기가 어렵다 보니 금융공공기관의 퇴직금을 더 높이면 반발이 심할 것이다. 퇴직금을 조정하기에 앞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업무 생산성 기반의 임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직원이라고 무조건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가 높은 직원이라도 생산성 높은 직원은 남아야 한다. 즉, 연공서열 형태의 임금체계로는 조직이 유지되기 힘들기 때문에 생산성을 우선시한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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