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가상 마케팅을 주목하고 있다. 가상 마케팅은 실물 출시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굿즈ㆍ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를 가상 이미지로 옮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에서 미리 공개한 후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특히 장수 브랜드가 많은 식품업계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실제 제조에 대한 부담 없이 소비자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어 가상 마케팅 선호도가 높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이 내놓은 ‘미쯔 대용량 팩’이 완판되는 등 가상마케팅을 실제 제품화해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오리온은 1020세대들 사이에 '미쯔'를 우유나 요거트에 넣어 시리얼처럼 즐기는 레시피가 유행하는 점에 착안해 지난 5월 ‘미쯔 시리얼’이라는 가상 제품을 공식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가상 제품이 등장하자마자 소비자들의 출시 요청이 줄을 이었고 오리온은 기존 미쯔의 용량을 8배 이상 확대한 미쯔 대용량 팩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가상 콘텐츠가 실제로 제품화된 사례가 일반적인 루트는 아니다”라면서도 “장수 브랜드들이 MZ세대와 부담 없이 소통하는 방법으로 유머코드를 적용한 가상 콘텐츠 활용을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샘표의 육포 브랜드 '질러'에서 나온 '육포 팬티'도 가상에서 출발해 실물로 나온 경우다. 샘표는 4월 1일 만우절에 맞춰 재미를 위해 '질러' 공식 인스타그램에 가상으로 만든 육포 팬티 이미지를 올렸다. 샘표는 '실물로 내달라'는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6월 속옷 브랜드 BYC와 손잡고 팬티 1장과 육포 1개를 묶어 한정판 패키지로 출시했다.
동아오츠카는 가상 콘텐츠를 전담하는 가상 굿즈 인스타그램 ‘동아굿즈’를 운영한다. 동아굿즈는 그동안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데자와 등 동아오츠카의 가상 굿즈들을 선보여왔다. 이달 초에는 가상 굿즈를 보고 실물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최초로 '데미소다 마스킹테이프'를 제품화했다.
앞서 동아오츠카는 GS25와 협력해 오란씨 추억의 양은도시락을 선보인 바 있다. 7월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가상 이미지에 1000여 개의 '좋아요'를 얻어낸 결과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가상 굿즈에 MZ세대가 호응해주고 있어 동아오츠카도 이런 흐름에 계속해서 주목 중”이라면서 “식품업계엔 주로 장수 브랜드들이 많아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데, 가상 굿즈를 통해 젊은 층들과 소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