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몸값 더 오르나"… 중학교 '학군 개편' 논란

입력 2020-09-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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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연말까지 중학교 선지원 후추첨제 도입 용역
학부모들 "추첨제 불확실성 줄일 수 있는 학군지 선호도 더 커질 것"

서울시교육청이 중학교 배정 방식으로 학교 지원제로 바꾸려 한다. 지원제에서 밀리면 자녀가 원치않는 학교에 배정될 수 있다는 '맹모(孟母)'들의 우려가 크다. 도입 취지와 달리 명문중ㆍ고나 학원 주변 집값만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중학교도 고교처럼 지원제 검토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중학생 신입생 배정 방법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마감했다. 중학교 배정에 '선(先) 지원, 후(後)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중학생 1학년, 초등학생 3ㆍ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개편 방향을 물었다.

선지원 후추첨제는 말 그대로 학생에게 원하는 학교를 지원받은 후 지원 결과에서 밀린 학교는 통학 거리 등에 따라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입학 정원도 다수를 지원자에게 배정한다. 지원제에 정원 60%를 배당하는 고등학교 배정 방식과 유사하다. 현재 중학교는 거주지 주변 소학교군에 속한 학교 가운데 추첨으로 신입생을 배정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관련 용역을 수주한 공주대 산학협력단은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에 대해 "학령인구 감소와 이동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중학교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정 부분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입학 지원을 받는 후보군으로 자치구와 소속 학군, 서울시 전역 등 세 가지 안(案)을 제시했다.

문제는 지원에서 밀렸을 때다. 학생이 지원한 학교에서 떨어지면 추첨제 정원으로 들어가거나 그마저 안 되면 정원을 못 채운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청와 연구진은 추첨제를 적용할 때도 통학거리를 고려하겠다고는 했지만 학부모들은 자녀가 집과 먼 학교나 인기 없는 학교에 배정될 것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엔 8700여 명이 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청원에 참여했다. 교육청은 올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치고 실제 도입 여부와 시기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명문 학교ㆍ학원가 주변 선호 부추겨…시장 불안 고조 우려
학군 개편은 부동산 시장에도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 사이에선 중학교 지원제가 명문 중ㆍ고교나 학원가와 가까운 지역인 이른바 '학군지' 선호 현상을 더 부추겨 주변 부동산 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들 것이란 의견이 적잖다. 지원 탈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 동작구 동작동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이렇게 되면 지원한 학교에 떨어져도 다른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강남 선호도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양천구 목동에 사는 학부모 B씨도 "매매든, 전세든 모두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며 "원하는 학교에 떨어지면 더 사교육에 매달리게 될 것이고, 타 지역에서 좋은 학군에 배정되면 자녀를 위해 근처에 전세라도 얻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강남과 목동, 중계동 등 학군지 주변 주택시장은 지난해부터 불안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2025년부터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를 폐지하고 대입 정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좋은 학군, 학원가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계동 청구3차 아파트 전용면적 104㎡형은 지난달 11억3000만 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만 해도 이 아파트는 9억 원대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맹모들의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구 대치동에선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임대차법 개정,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서다. 지난해 4억 원대였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셋값은 이달 들어선 6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반면 중학교 배정 제도 개편이 지역간 교육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정 모 씨는 "사는 지역에 상관 없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지역 내 학교가 골고루 좋아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원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근거리 배정 원칙을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학군에 대한 입주 수요, 특히 전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들어선 은마·미도아파트 모습. 2020.7.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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