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콜라겐, 크릴오일, 장어, 새싹보리…4개월간 최대 649번 협찬 방송
"유산균, 콜라겐, 크릴오일, 장어, 새싹보리…"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 등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나오는 건강식품 재료다. '건강식'이라는 별칭으로 사용자 후기와 의료계 전문의까지 등장하며 그럴듯하게 포장되는 이들 상품 대부분이 '광고협찬'으로 소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종편의 경우 4개월간 무려 649회나 광고협찬 상품을 '순수 건강식'으로 둔갑시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TV조선·채널A 협찬 사실 고지실적(2020년 4월~7월) 내용을 분석한 결과, 100여 일에 불과한 기간 동안 TV조선과 채널A에서 알린 협찬 횟수는 각각 460건, 189건으로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TV조선·채널A 건강 프로그램에서 효과와 효능이 뛰어난 건강식품으로 소개된 대다수 ‘특정 식품’이 협찬광고라는 지적이다. TV조선의 경우 하루에 4건꼴로 건강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제품·성분에 협찬을 받은 셈이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심사를 하면서 협찬을 받아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그 내용에 대해 알리도록 하는 의무를 적용한 이후 협찬 방송 프로그램 횟수, 프로그램명, 협찬 품목 등이 종합적으로 집계·분석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TV조선에서 가장 많은 협찬을 받은 건강 프로그램은 △굿모닝 정보세상으로 114편에 달했다. 이어 △건강 다큐ㆍ알맹이가 각각 34건 △백 세 누리쇼ㆍ위대한 유산이 각각 33건이었다.
채널A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 협찬이 7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 프로그램으로는 △나는 몸신이다 57건 △닥터 지바고 45건 △행복한 아침 15건 순으로 나타났다.
협찬 방송횟수가 많은 품목별 상위 제품은 △유산균 130회 △콜라겐 54회 △시서스(허브) 35회 △단백질 30회 △크릴 29회 등이다.
정필모 의원은 "협찬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보제공인지 광고인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청자 기만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찬 사실을 알리도록 재승인 조건을 부과한 것은 의미 있는 조치"라면서도 "4개월 실태를 보면 협찬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협찬 고지와 연계편성이 무분별하게 퍼지면 방송사 정보프로그램이 결국 홈쇼핑 판매제품의 홍보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협찬고지 의무 신설 이외에 연계편성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규정과 방침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계편성에 대한 제도적 정의가 없고, 연계편성 실태조사도 지난 2월 한 달간 모니터링을 한 것이 유일하다. 당시에도 방송 프로그램 방영 후 1시간 이내에 홈쇼핑 관련 제품 판매가 있을 시 연계편성으로 구분했고, 지난 2월 모니터링 이후 추가 조사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정 의원은 “방통위는 전체 방송에 대한 협찬 실태 파악 확대와 함께 방송사와 홈쇼핑의 연계편성 여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