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살면서 요즘처럼 자주 병원을 들락거린 때도 없었다. 올 초 갑작스런(?) 조직 생활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로 결국 몸에 탈이 났다. 이명에 이어 이름도 생소한 메니에르병이라는 진단까지 받아 약을 입에 달고 살게 된 것이다. 병원이라면 지긋지긋한 나에게 누군가 꽤 볼 만한 드라마가 있으니 한번 봐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얘기다.
드라마 속의 병원 수술 장면만 봐도 괜한 피로감이 밀려왔지만, 그래 1편만 보고 판단해 보자고 시작하여 그만 최종 12부까지 정주행하고 말았다. 누가 드라마를 썼나 봤더니 그럼 그렇지, 나의 최애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와 신현균 피디의 작품이었다.
이우정 작가는 이력이 독특하다. 김수현 작가처럼 정통 드라마 작가로 시작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히트작을 낸 뒤 드라마로 넘어온 특이한 케이스다. 작품도 혼자 쓰지 않고 작가들과 협업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구성 방식을 드라마로 가져온 것이다.
▲슬의생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아쉽게도 12부작으로 끝나 다른 미니시리즈보다 짧다. 등장하는 의사들은 마치 ‘히포크라테스의 현신’처럼 보여 어떤 장면은 현실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내가 접하는 의사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작금의 일부 의사들의 모습과도 많은 괴리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들을 만나지 못할 바에 우리는 이제 ‘슬기로운 환자’로 거듭나야 한다. 슬기로운 환자 생활이라 해봐야 제 몸 건강 알뜰히 챙기는 일이겠지만. 물론 ‘슬기로운 환자’ 생활은 피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