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26)씨는 올 추석 연휴의 첫날을 서울 자택에서 ‘나훈아 언택트 콘서트’로 보냈다. 보통 추석에는 부모님과 함께 조부모님 댁으로 내려가거나, 추모원, 납골당을 들렀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발이 묶인 탓이다.
강 씨는 “‘가황(歌皇)’으로 알려진 가수 나훈아 씨가 콘서트를 방송으로 여는 것이 아예 처음이라고 들어서 보게 됐다”라면서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서 아쉽긴 하지만, 각자가 보내고 싶은 연휴의 형태를 찾은 것 같아 크게 슬프거나 하진 않다”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올 추석 연휴 ‘홈추족’(집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는 사람)의 일상도 바꿨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이동자제를 권고하면서 집에 발이 묶인 대신, '방구석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지난달 30일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2시간 30분 동안 방영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일 집계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시청률은 29.0%를 기록했다. KBS는 당초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를 재방송과 VOD 제공 없이 단 한 번의 방송으로만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3일 콘서트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편성했다.
직장인 정모(29)씨는 SBS에서 방영된 '싸이 흠뻑쇼'로 서울 자택에서 방구석 콘서트를 즐겼다. SBS 싸이 흠뻑쇼는 2017~2019년에 현장에서 진행된 싸이 콘서트의 하이라이트 편집본이다.
정 씨는 “평소 추석에는 할머니 댁에 가는데, 이번에 할머니 댁 동네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집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게 됐다"면서 "싸이 흠뻑쇼는 항상 예매에 실패해서 가보진 못했지만, 텔레비전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어 정씨는 "특히 마스크를 안 쓰고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데, 새삼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근교에서 ‘마스크 야구’를 즐긴 직장인 이모(26)씨도 있다. 이 씨는 "매년 추석 외가 할머니 댁에 방문하고 친가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 면회를 가는데, 코로나 탓에 면회가 금지돼 아침 일찍 외가 할머니 댁에서 제사만 지내고 집으로 왔다"면서 "평소 취미가 야구라, 학교 동아리 회원들과 마스크를 쓴 채로 '용병 게임'(특정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이 섞여 진행하는 친선게임)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 씨는 이어 "코로나 탓에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못 뵙는 것도, 지방에 내려가지 않아 동네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편하게 보기도 어려워진 것도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