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8억짜리 아파트 지난달 12억에 팔려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14단지 전용면적 99.98㎡형은 지난달 초 12억 원에 팔렸다. 올 들어 최고가 거래다. 올해 초 8억500만~8억3000만 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무려 4억 원이 폭등했다. 이 아파트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현재 최고 15억 원에 달한다.
세종정부청사 맞은 편에 위치한 도담동은 물론 올해 초 4억 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종촌동 가재마을5단지 전용 84㎡형도 이달 초 7억5000만 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새롬동 새뜸마을 10단지 전용 59.93㎡형은 올해 초 5억 원 안팎에 거래되다 지난달 7억5000만 원으로 최고가에 팔렸다.
세종시 집값 앙등의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등을 세종시를 이전하자는 정처권발(發) ‘천도론’의 여파 때문이다. 세종시에선 집값에 이어 땅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의 누적 상승률은 40.14%를 기록했다. 9월 아파트값 변동률은 4.5%로 전월(9.20%)보다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전국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세종시 집값이 출렁이기 시작한 건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든 7월부터다. 청와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분산 정책을 써야만 서울ㆍ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공급 과잉 이슈가 해소되고, ITX(도시간 특급열차) 건설 추진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안 그래도 뛰던 세종시 집값은 이같은 천도론을 만나면서 고속 질주했다.
실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1282만 원에서 3억9733만 원으로 8000만 원 가량 올랐다. 반면 8~9월 두 달새 평균 매매가격은 무려 1억 원 가까이 치솟았다. 9월 평균 매매가격은 4억9508만 원으로 5억 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도담동 S공인 관계자는 “6·17 대책으로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투자 수요가 세종으로 역유입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는데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 얘기까지 나오니 집값에 불이 붙은 것”이라며 “매물 부족 속에 집주인들의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 호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집값이 급등하자 양도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 폭탄을 피하려는 이른바 ‘다운계약’ 움직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위반 및 과태료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5건에 불과했던 세종시의 실거래 신고 위반 건수는 올해 상반기 313건으로 12배 넘게 급증했다.
세종시 땅값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6월까지 0.3% 안팎으로 오르던 세종시 땅값은 천도론이 제기된 7월 1.70%로 무려 5배 폭등했다. 8월 상승률도 1.51%에 달한다.
세종시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시 도담동 주거용지는 3.3㎡당 650만~700만 원까지 치솟아 3년 전보다 최고 2배 수준에 달한다”며 “집값도 고공행진이지만 땅값도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 매매거래도 증가 추세다. 8월 세종시 토지매매 거래 건수는 3674건으로 감정원이 통계치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토지를 사들인 거래자 중 서울 거주자는 8월(116건→158건) 한 달 36.2% 늘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꺼낸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집값 상승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종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자초했다”며 “세종시로의 천도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한 이 지역 주택ㆍ토지에 대한 투기 열풍이 진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