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가 청와대의 지시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위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고용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공사 내부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 문건을 근거로 3년간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가 논의해 합의한 ‘보안검색 요원 자회사 직원 전환’ 결정이 청와대 개입 결과 ‘청원경찰 직고용’ 결정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공개한 공사 직고용 추진 경과 문건에는 구본환 전 공사 사장은 올해 3월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의 합의사항을 청와대에 대면 보고했다고 나와 있다. 소방대 등 241명은 공사가 직고용하고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은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하려면 법적 문제로 직고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4월 10일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을 추진하라는 유선 지시가 공사에 내려왔다. 문건에는 당시 관련 법 개정 등이 필요하면 법적 문제를 해소하라는 내용도 지시에 포함됐다고 적혀있다.
5월 20일에는 공사는 부르지 않은 채 청와대 주관으로 경찰청,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정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청와대가 보안검색 요원이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하도록 공사법을 개정하면 위헌에 해당하는지, 특수경비원 신분을 해제해 보안검색 요원을 직고용하는 방안은 없는지 확인하라는 지시가 문건에 담겨있다.
공사는 청와대 지시 내용을 내부적으로 법률 조언을 받아 공사법 개정은 위헌 소지가 낮고, 보안검색 요원의 특수경비원 신분을 해제하면 공항 운영에 장애가 생기고 공항 방호인력 손실이 예상된다는 결론이 도출했다.
5월 28일에는 청와대가 주관하는 관계기관 2차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도 공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2차 회의 후인 6월 16일 공사는 법무법인 화우에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 추진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화우는 이틀 뒤 ‘법 개정을 해야 하면 법 통과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시급성을 고려해 법 개정 없이 청원경찰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
공사는 화우에서 회신을 받은 날 청원경찰 전환 직고용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 의견을 조회했고 하루 뒤 경찰청을 제외한 국토부, 고용부, 국방부, 국정원에서 ‘이견이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유 의원은 “청와대 회의 이후 각종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관계기관 의견을 듣고 이틀 뒤인 6월 21일 구 전 사장이 직고용 방안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외부일정 장소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발표된 상징적인 장소”라며 “그런데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 합의처럼 법적 문제로 직고용 인원이 241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 청와대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간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난 청원경찰 직고용을 청와대가 관여해 추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청와대 지침 없이는 공사가 이틀 만에 관계부처 의견 조회 회신을 받아 발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말을 아꼈다. 그는 “제가 내용을 모르면서 막 대답할 수 없다”며 “이 사안에 대해 기재부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정원과 평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는 개별 기관의 정규직화 방법에 대해서는 일일이 간섭할 권한도 없거니와 관여하지 않았다”며 “기재부는 전환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하고 기업 경영 관련 사안이 있으면 그런 데 관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