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확증편향과 포털의 책임

입력 2020-10-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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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지난달 만난 이광형 카이스트 교학부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비대면 세상이 확증편향을 키워 사회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대면이 일상화될 경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슬픈 일이다. 이 교수는 국내만 보더라도 태극기를 흔들고 다니는 사람들, 조국 전 장관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한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퓨즈라는 사람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로켓을 타고 비행을 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평평한 지구 학회 회원은 무려 1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확증편향이 고집과 아집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목격한다.

필자의 생각엔 서울사랑교회 목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분류다.

자기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확증편향을 더욱 키울 것이란 미래학자의 경고에 잠을 설치게 되는 것은 다음 세대, 다시 말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족과 학교, 회사 등 다양한 조직과 취미 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은 발전해 왔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역지사지’의 태도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현상이 역지사지의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다.

감기처럼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비대면 확산으로 인한 확증편향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믿음을 가지고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을 여러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국민이 대다수 정보를 얻는 곳, 즉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시사IN의‘2020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로 유튜브와 네이버가 꼽혔다.

하지만 유튜브엔 가짜뉴스들이 넘쳐난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이 8일 만49살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문해력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69%가 ‘가짜뉴스를 봤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가짜뉴스의 출처로 유튜브(51.8%)를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이들은 ‘어떤 미디어에 잘못된 뉴스가 많다고 생각하나?’ 물음에 유튜브에 이어 지인이 보내준 카카오톡 메시지(14.6%)를 지목했다.

네이버는 어떠한가? 이달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바꿨다고 보고 네이버쇼핑 사업 부문에만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65억 원을 부과했다. 국내 1위 포털 사업자 네이버의 위상을 고려하면 알고리즘 개편이 결국 네이버쇼핑 서비스의 점유율 급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 8일 공정위 국감에서도 국회의원들은 네이버의 위법 행위를 일제히 질타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은 알고리즘 조작이 뉴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네이버는 ‘조작은 없었다’며 공정위 처분에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뉴스편집과 관련해선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100% 믿는 국민을 그리 많지 않다.

네이버 등 포털을 비롯해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SNS들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콘텐츠와 광고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개인의 행동 패턴과 사고에 맞는 뉴스와 정보들만 제공하는 이러한 공룡 기업들에 우리는 어느새 세뇌되어 있다. 아니 이들 공룡기업이 소비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세뇌해 놓은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확산 이전부터 이들 기업으로 인해 확증편향이 더욱 확대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가 그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긴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를 보면 확신을 갖게 된다.

확증편향은 사회 불안을 넘어 분열을 일으킬 것이다. 커진 갈등은 어느 지점에서 폭발할 수밖에 없다.

확증편향을 깨기 위한 개인 스스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네이버, 페이스북, 유튜브 등 거대 공룡 기업들의 자성 노력 역시 절실하다. 돈을 벌기 위해 고객을 오랜 시간 동안 잡기 위한 맞춤형 정보 제공에만 몰두해선 사회 불안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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