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PO 시장, 버블 경고등…SPAC가 전체의 절반

입력 2020-10-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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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IPO 조달액 630억 달러로 사상 최대…절반을 SPAC가 차지
실적 대신 미래가치만 따지는 SPAC 투자에 우려 커저
사기 의혹 휘말린 니콜라, 투자 위험 상기시켜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자금 조달액 추이. 진한 녹색: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조달액. ※2020년은 9월 말까지.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에 버블 경고등이 켜졌다.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 상당수가 특별한 사업 실체가 없이 인수·합병(M&A)에 초점을 맞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에 집중되면서 IPO 시장 투자 열기가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7~9월 미국 IPO 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은 630억 달러(약 73조 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배 수준으로, 분기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절반은 스팩 상장에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스팩을 통한 상장은 일반 IPO 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회의감에 비롯됐다. 일반 IPO의 경우 투자은행을 통해 투자 가격이 결정되는데, 투자은행은 상장 잔액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공모가를 낮게 설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업들은 낮게 책정된 가격에 대한 불만을 품게 되면서 일반 IPO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팩 상장은 일반 IPO보다 상장이 수월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자연스레 신청 규모도 늘어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자금이 넘쳐난 것이 IPO 시장의 현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던 이들이 IPO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정보 파악 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스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들어 스팩 시장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 초 니콜라와 드래프트킹스 같은 회사들이 스팩을 통해 상장한 후 주가가 오르면서 스팩 IPO 열기가 뜨거워졌다. 그러나 6월 스팩 상장을 한 니콜라가 최근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스팩 상장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스팩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진입한 드래프트킹스의 제이슨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많은 스팩 회사들이 존재하는데, 스팩은 몇몇 회사들에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모두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투기성 행동들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팩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수익을 내기도 전에 상장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입증된 실적보다는 비전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닷컴버블을 떠올려 보면, 사업 계획만으로 상장을 하는 것이 매번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가 니콜라로부터 얻은 큰 교훈이라면 준비가 되기도 전에 주식 시장에 상장되는 회사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용어설명 =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SPAC)

기업 인수·합병(M&A)만을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뜻한다. 흔히 ‘스팩(SPAC)’이라는 약어로 통칭한다. 이런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나서 일정 기간(일반적으로 3년) 안에 아직 상장하지 않은 우량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다. 투자자(주주)들은 합병 후 주가가 뛴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해 투자이익을 회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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