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권익 보호 내용도 없어
특별법 개정안 관련 조항 삽입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사기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형벌을 강화해 보험사기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촉법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일각의 주장과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현행 형법에는 사기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이 법을 통해 보험 사기죄에 대한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강화된 처벌 규정을 넣은 이유다.
그렇다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고 4년이 넘은 시점에서 형량 강화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809억 원, 적발 인원은 9만2538명으로 각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전히 보험사기는 줄지 않았고, 보험금 누수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기범죄 예방하고 보험금 누수를 줄여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대의도 잃은 입법이었던 셈이다.
특히 보험업계 종사자나 병의원, 정비업체 등이 공모하는 보험사기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들은 보험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어 보험계약자의 보험사기를 유인하는 요소로도 지적된다.
따라서 지금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계약자’의 일탈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사례는 이 법이 그물망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개정 입법안은 “최근 보험설계사 및 병의원·정비업체 관계자 등으로 인한 보험사기는 일반 보험계약자를 보험사기로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금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전문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보험사기를 주도하거나 공모·방조해 보험사기를 더욱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적었다.
특이한 건 해당 개정안에 보험계약자의 권익 침해를 방지하는 조항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보험사기 행위의 조사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보험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금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계약자의 권익 보호는 외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등해야 할 보험금 청구자와 지급자 간의 힘의 불균형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되레 보험사에만 강한 무기를 쥐어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나 보험회사가 보험사기 행위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발이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 보험회사가 ‘준사법권’을 가졌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은 사기범으로 몰려서 검찰 조사, 법원 재판도 받아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라며 “형사적 절차를 강조하면서 계약자를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